귀농인과 지역주민과의 갈등은 사회이슈가 된지 오래다. 그만큼 해결이 쉽지 않다. 최근에는 갈등이 폭력사건으로 확대되면서 귀농귀촌의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귀촌을 포기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농부 연습생에게는 큰 숙제로 다가왔다. 귀농인과 지역주민과의 갈등 예방을 위해 계명대학교 리빙랩 프로젝트팀은 지난 2일 영천시의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한 초보농부들과 이웃마을주민들과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처음에는 서먹하던 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속내를 터놓기 시작했다. 이날 나눈 이야기를 약간의 극적인 긴장감을 더하기 위해 등장인물을 만들고 지문을 넣는 등 시나리오 형식으로 재구성해 정리했다.
제목: 도시사람, 농촌사람
등장인물 : 4명(마을주민/마을어르신/이장/귀농인)
장소 : 영천시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 안 원두막
#1. 첫 만남
원두막에는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한가득 차려져있고, 이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저 멀리서 이장과 마을주민들이 대화를 나누며 이곳으로 다가온다.
-이장 : 어르신, 그 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마을어르신 : (환한 미소를 보이며) 나야 잘 지내지.
-마을주민 : 이야~ 떡이랑 고기 게다가 막걸리까지! 오늘 잔치 상이네요~
-귀농인 :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이곳에 온지 10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 이제야 인사드립니다. 모두들 안녕하십니까, 무척이나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이장 : (주변을 조용히 시키며) 자~자~ 우리가 이렇게 모인 이유는 마을주민과 귀농인과의 화합을 위해서 입니다. 이번에 새로 귀농하신 분들도 계시고 하니, 서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허심탄회하게 얘기해 주면 좋겠습니다.

#2. 갈등은 어디서 오는가?
마을어르신(80대 초반), 그동안 마을에 살던 이주민들이 말썽을 피워 마음고생을 했던 기억이 떠오르는 듯 미간을 한껏 찡그린다.
-마을주민: 귀농·귀촌 하신 분들이 자기들끼리만 어울려 다니는 것을 볼 때면 눈에 거슬리더군요. 평소에 마을주민과 담 쌓고 지내는 모습이 참으로 답답합니다.
-마을어르신 :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예전에 이런 일도 있었지. 한창 마을 주민들이 땀 흘리며 농사짓고 있는데, 귀농인이 인사도 없이 오토바이를 타고 그냥 휙 지나가더라고.. 그땐 기분이 무척 안 좋더군.
-귀농인 : (작은 소리로 얼버무리며) 도시 사람들은 주변 사람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일에만 관심을 가집니다. 그래서 일어날 수 있는 행동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마을주민 : 그게 무슨 소리여?
-귀농인 : 일반적으로 귀농인들은 주변의 방해를 받고 싶지 않아 농촌으로 옵니다. 그러다보니 그런 행동을 했다고 볼 수 있지요.
-마을 어르신 : 에구, 나 원 참.. 도시 사람들이 농촌에 살려고 왔으면 마을 주민들에게 관심을 가져야지.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하니까 문제가 생기는 거여!
-귀농인 : (잔뜩 기죽어) 그러면 저희가 어떤 식으로 해야 되나요?
-마을주민 : 먼저 마을 이장도 찾아뵙고 동네 어르신들께 인사부터 드리면 좋지요. 외지인들이 마을에서 살려면 그만한 노력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귀농인 : 저희를 외지인이라고 표현하니 무척이나 서운합니다.
-마을 어르신 : 그래, 우리가 많은 걸 원하는 게 아닐세. 다른 건 몰라도 마을 규칙에 따라 청소나 풀베기할 때는 동참하고, 마을주민과 만나면 서로 인사하고 지내면 오죽 좋겠나.
-귀농인 : (허심탄회하게) 저희도 잘 지내고 싶습니다. 그런데 농사일에서부터 풀 뽑는 일까지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좀 지나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농사도 제대로 짓지 못하고 게으르기 까지 하니 답답하겠지만 어린애 나무라듯 나무라시는 것은 좀 그렇습니다.
-마을사람 : 우리도 답답해서 한마디 한 겁니다. 여러 번 참고 참아서 한 것이 그렇게 마음에 걸렸나요. 다 도와 주려고 한건데..(안타깝다는 듯이 쳐다본다).
-귀농인 : 저희들도 일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서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나무라지 마시고 다정하게 이야기 해주면 좋지 않을까요.

#3 화합의 장
-마을어르신 : (옅은 미소를 보이며) 그런가?.. 그런 마음인줄은 몰랐다네. 한 평생 이 마을에서 살다보니 자네들을 경계의 눈길로 바라본 건 사실이네.
-귀농인 : 어휴 어르신, 그렇게 말씀하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마을어르신 : 귀농인들을 못 믿어서가 아닐세. 마을에는 끈끈한 유대감이 있고 우리만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으니 말일세.
-이장: 시골에는 그 동네 특유의 문화가 있고 오랫동안 마을을 이끈 공동체 규약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걸 먼저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귀농인: 네! 수십 년간 지켜져 온 마을 문화가 있다는 거 압니다. 저희도 존중하는 자세로 따라가겠습니다.
마을주민은 귀농인의 말에 마음의 응어리가 조금씩 누그러진다.
-마을어르신 : 허허 자네 그렇게 말하니 고맙구만. 물론 외지에서 와서 이곳 주민들에게 맞추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 그런 어려움을 우리라고 모르는 건 아니라네.
-이장 : (흐뭇한 미소로) 서로 존중하고 이해의 마음을 갖는다면 도움 받고 도움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4 역할극으로 마무리
-이장 : 이제 서로 이해하는 마음이 조금은 생겼다고 봅니다. 서로의 입장을 바꾸어 역할극을 해보면서 이해의 폭을 좀 더 넓혀보면 어떨까요.ㅈ
-모든 사람들 : (웃으며) 그거 재미있을 것 같은데 제대로 할 수 있을는지.. 허허
이장이 나눠 준 대본을 보며 대사를 주고받는다. 이윽고 역할극이 끝나자 모두 상대방 얼굴을 보며 겸연쩍은 웃음을 짓는다.
-마을주민 :(약간 긴장하며) 입장을 바꾸어보니 외지인이 오자마자 자기 땅이라고 말뚝부터 박는 이유를 약간은 알 것 같습니다. 삶의 방식이 우리와는 많이 달라요.
-귀농인 : 당연히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 농촌의 골목과 공용시설들이 동네주민들의 양보와 노력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농촌의 이해는 그 땅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들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마을주민 : (기분 좋은 듯) 자~! 오늘 서로 입장을 바꾸어 연극도 해보면서 그동안 가졌던 편견이 조금이나마 해소되는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 모두 박수!!
-귀농인 : (가벼운 표정으로)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모두 박수치며 함께 웃는다. 끝
김응호 계명대 산학인재원 교수
강신일 기자 ksj@maeil.com
계명대 리빙랩 프로젝트팀
김응호 박민석 계명대 산학인재원 교수
김호일 광고홍보학과 학생
김주연 송청빈 채인영 언론영상학과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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