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달성공원 53살 코순이를 아시나요?

7월16일 대구시청에서 이어지고 있는 1인 릴레이 시위 현장. 개고기 식용종식과 칠성시장 개고기시장 폐쇄를 촉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동물보호특별위원회 제공.
7월16일 대구시청에서 이어지고 있는 1인 릴레이 시위 현장. 개고기 식용종식과 칠성시장 개고기시장 폐쇄를 촉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동물보호특별위원회 제공.

마하트마 간디는 동물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보면 그 나라의 국민성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인권이 보호받는 사회일수록 동물의 권리도 배려받는다. 약자를 배려하는 시민 정서가 바탕되어 있기 때문이다.

초복이었던 지난 16일, 대구시청에서 칠성시장 개고기골목 폐쇄를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마치고 달성공원을 들렀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칠성시장 개고기골목이나 국내에서 가장 열악한 동물원으로 지탄받는 달성공원이나 둘다 대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지난해 여름 동물보호단체들이 대구로 집결했었다. 칠성시장과 대구시청, 시내를 돌며 개식용철폐와 칠성시장 개고기골목 폐쇄를 주장하였다. 경기 성남 모란개시장, 서울 경동개시장, 부산 구포개시장이 연달아 페쇄 조치되면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대구 칠성개시장만 개고기 도축·유통 업소가 성업 중에 있었기 때문이었다.전통 문화라고 주장하기엔 이미 시대 정서가 개고기 식용을 혐오 하고 있으며 국민 건강과 가축 관련 법규에도 개고기 도축이 위배되기 때문에 대구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칠성시장 개고기시장 골목을 폐쇄해주기를 요구했다. 그리고 일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칠성시장 개고기시장은 잡혀온 개들이 갇힌 채 보신탕집과 중탕원들이 성업 중에 있다.

지난해 대구시와 북구청은 칠성시장 내 개고기시장 골목을 칠성시장 재개발·정비사업과 연계하여 자연히 폐쇄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비사업은 난항을 겪고 있는데다 상인들 간의 이해관계까지 얽히며 칠성시장 개고기시장 골목의 폐쇄는 더더욱 요원해졌다. 2019년 부산시와 동물보호단체, 구포시장내 개고기 사업장 대표들이 협의체를 구성하여 시의 지원을 바탕으로 관련 사업장들이 자발적으로 전업을 했던 사례와는 확연히 비교되는 대목이다.

지난 16일 권영진 대구시장은 다시 한번 동물보호단체 대표들에게 칠성시장 개고기골목 페쇄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약속하였다. 시장이 직접 약속한 만큼 그 기대가 크다.

지난 16일 권영진 대구시장이 다시 한 번 동물보호단체 대표들에게 칠성시장 개고기골목 페쇄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동물보호특별위원회 제공.
지난 16일 권영진 대구시장이 다시 한 번 동물보호단체 대표들에게 칠성시장 개고기골목 페쇄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동물보호특별위원회 제공.

씁슬한 마음을 달래며 오후에는 달성공원을 들렀다. 코순이를 보러왔다.

코순이 공식 나이는 52살이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이 많은 코끼리 중 하나이다. 1971년 무역업자에 의해 달성공원에 입사되었을 당시 1969년 출생으로 신고하였다. 하지만 당시 코순이가 2살 짜리 새끼 코끼리가 아니었던 점을 감안하면 실제 나이는 53살 이상으로 추정된다.고령의 코순이가 전국에서 가장 열악한 동물원에서 생존 중이라는 사실이 놀랍고 안타깝다. 대구시 민주당 동물보호특별복지위원회 제공.
코순이 공식 나이는 52살이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이 많은 코끼리 중 하나이다. 1971년 무역업자에 의해 달성공원에 입사되었을 당시 1969년 출생으로 신고하였다. 하지만 당시 코순이가 2살 짜리 새끼 코끼리가 아니었던 점을 감안하면 실제 나이는 53살 이상으로 추정된다.고령의 코순이가 전국에서 가장 열악한 동물원에서 생존 중이라는 사실이 놀랍고 안타깝다. 대구시 민주당 동물보호특별복지위원회 제공.

코순이 공식 나이는 52살이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이 많은 코끼리 중 하나이다. 1971년 무역업자에 의해 달성공원에 입사되었을 당시 1969년 출생으로 신고되어있다. 하지만 당시 코순이가 2살 짜리 새끼 코끼리가 아니었던 점을 감안하면 실제 나이는 53살 이상으로 추정된다.

야생에서 서식하는 코기리의 평균 수명이 40년 정도임을 감안하면 열악한 동물원 환경에도 참 잘 견뎌주고 있다. 아마도 열악한 환경을 보완하는 사육사들의 노고가 대단했을 것이다.

1970년 개장한 달성공원은 좁은 부지에 각 대륙별 희귀 동물들을 구색 갖춰 전시하려던 전형적인 전시형 동물원이다. 개장 당시에는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지만, 시대 정서가 바뀐 지금은 시민들은 협소한 우리 안에 갇혀진 코순이와 전시동물들이 왜 이렇게 학대당하고 있어야 하나 불편해 하고 있다.

코순이를 바라보던 어린 여자아이가 엄마에게 물었다. "왜 TV에 나오던 코끼리와 달라?" 아이의 느닷없는 질문에 곁에 있던 나도 당황스러웠다. 코도 길고 상아도 있는데 아이의 눈에는 뭐가 달라보인다는 거지? 아이와 엄마의 이어지는 대화들을 듣고는 슬그머니 그 자리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의 눈에는 왜소한 몸에 정형행동(우리에 갇힌 동물이 무의식적으로 이상행동을 반복하는 일종의 정신질환)을 반복하는 코순이가 슬퍼보였으며 자신이 상상해 온 동물의 제왕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파키스탄의 정부와 법원이 30년 동안 열악한 동물원에서 살며 정형행동을 보여온 카아반(Kaavan)이란 이름의 수컷 코끼리를 동물원에서 구조하여 캄보디아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이주시키기로 결정하였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다른나라 대통령이 파키스탄 대통령에게 선물한 코끼리 였지만 열악한 관리환경 탓에 코끼리가 학대 받는 상황을 안타까워 한 시민들이 5년 이상 동물보호 캠페인을 벌여온 성과였다.

한국에서 태어난 코순이도 지금보다 더 어리고 건강하다면 동남아 코끼리 보호구역으로 이주시키는 것을 고려할 만하다. 하지만 이미 고령의 나이에 장거리 이동과 새로운 환경의 적응 과정이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다. 대구가 코순이의 노후를 보살펴 줘야할 의무도 있다.

코순이의 남친 복동이는 코순이보다 어리지만 덩치는 훨씬 크다. 다행히 복동이는 체형이 작은 코순이를 조심스럽게 보살피고 있으며 노령의 코순이가 외롭지 않게 건강을 유지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동물보호특별위원회 제공.
코순이의 남친 복동이는 코순이보다 어리지만 덩치는 훨씬 크다. 다행히 복동이는 체형이 작은 코순이를 조심스럽게 보살피고 있으며 노령의 코순이가 외롭지 않게 건강을 유지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동물보호특별위원회 제공.

최근 수성구 대구 대공원이 정부의 인가를 받아 달성공원 이전이 확정되었다는 소식이 반갑다. 새 동물원이 마련된다면 국제 동물원 복지 시설 규정에 의거하여 동물들이 제대로 보살핌 받을 수 있는 시설과 시스템이 갖추어지길 기대한다. 하지만 현재 알려진 이 계획안의 예산과 공간의 한계는 그 기대를 충족할 수 없을 듯하다. 코순이처럼 고령이라 대구가 당연히 보살펴야 하는 개체들은 최대한 배려하여야 한다. 반면 한국의 사계절 환경에 생활하기 힘든 타 대륙 야생동물들은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원 서식지 보호소로 이주시키는 방안들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동물원이 꼭 살아있는 동물을 전시한다는 고정관념은 바뀌어야 한다. 이미 서울대공원동물원은 한국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을 중심으로 생태동물원으로 변모를 시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첨단 IT기술을 접목하면 동물의 희생 없이 야생동물들을 간접 체험시킬 수 있으며, 야생 동물의 생태와 환경 문제를 현실감있게 설명해주는 시스템이 현대인의 정서에 부합하면서도 경영적으로 열악한 대구시 재정에 도움되는 동물원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구시의 현실적인 재정 상황 때문에 더 이상 동물들이 학대받는 상황이 방조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칠성시장 개고기시장 골목과 대구 달성공원이 더 이상 대구 시민의 부끄러운 민낯으로 소개되지 않도록 대구시의 노력을 부탁드린다.

수의학박사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 SBS TV 동물농장 동물수호천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원장은 개와 고양이,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치료한 30여년 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동물의학정보와 반려동물문화를 알리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동물명은 가명을 사용하고 있음을 양지부탁드립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