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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밀폐공간 사고, 업체 탓보다 관리감독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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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구 사회부 기자
박상구 사회부 기자

"자원재활용업체들은 전문적으로 오염물질을 다루는 곳이 아니어서 안전수칙도 잘 모릅니다. 우리도 사고 피해자인데 죄인 취급을 받는 기분입니다."

지난달 27일 황화수소 중독 사망사고가 발생한 대구 달서구 현장을 얼마 전 다시 다녀왔다. 사고가 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음에도 긴장감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근처에 있던 한 자원재활용업체 관계자는 당시 일을 '어쩌다 일어난 불운한 사고'라고 떠올렸다. 맨홀 청소를 1년에 한두 번밖에 하지 않는데, 그날 하필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사고 재발에 대한 불안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고 당시 지방자치단체와 수사 당국의 시선은 '업체 잘못' 찾기에 집중됐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안전수칙 준수 여부와 작업 과정을 알아보는 것은 당연한 절차지만, 해당 업체가 있는 구청마저도 업체 측 잘못이 크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폐지 무게를 올리기 위해 물을 뿌리면서 사고가 커졌다거나 분진 민원이 발생하자 업체가 임의로 맨홀을 만들면서 사고가 났다는 등 이른바 '업체 탓'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당시 현장에서는 억울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자원재활용업체가 오염물질을 전문적으로 다루지 않는데 주변의 시선이 너무 가혹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업체들의 무관심만 탓하기는 어렵다. 지자체나 유관기관의 관리감독 부실이 화를 키웠다. 유해화학물질 배출 업소의 경우 지자체에 신고해 관리를 받도록 돼 있지만, 밀폐공간은 신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관할구청인 달서구청에서도 사고 당시 현장에 직원을 보내 상황을 파악했지만 별다른 조치는 하지 않았다. 관리감독 규정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지자체조차 관내 밀폐공간이 어디에, 몇 곳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업체들의 경각심을 요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근로자가 목숨까지 잃는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재발 가능성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당시보다 사고 우려는 더 커진 상황이다. 이번 달서구 사례와 같은 황화수소 사고는 수분이 유해물질 발생을 촉진하는 장마철에 특히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달서구 사고에서도 황화수소는 물을 잔뜩 머금은 폐지에서 나왔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발생한 밀폐공간 안전사고 95건 중 황화수소 질식은 27건으로 가장 많았다. 해당 기간 밀폐공간 안전사고는 사망률이 51%에 달해 일반 사고 재해 사망률(1.2%)보다 훨씬 높았다.

이에 정부가 최근 밀폐공간 질식사고 예방 대책을 내놨다. 고용노동부는 19일 밀폐공간 보유 사업장 실태를 파악하고 관리 상태에 따라 등급으로 나눠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8월까지 여름철 질식사고 취약 사업장을 사전 통보 없이 방문해 안전장비 보유 상태와 밀폐공간 작업 프로그램 시행 여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지자체 환경업무 담당 공무원은 산업안전공단에서 실시하는 질식재해 예방관리 교육을 받는다.

정부 대책이 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달서구 사고 이후 서울과 경기도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잇따라 대책을 내놨지만 밀폐공간 안전점검은 사고가 빈발하는 여름철에만 매년 반복해 왔고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일회성 점검에 그치면서 업체들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번만큼은 재발 방지를 위한 주기적인 관리감독이 절실하다. 대구경북은 지난해 영덕에 이어 올해 달서구에서 같은 유형의 사고로 근로자를 잃었다. '업체 탓'보다는 정책 홍보와 관리감독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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