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 자극→변화→발전

박상전 정치부 차장
박상전 정치부 차장

'자라목'으로 고생하는 현대인들이 적지 않다. 만성 통증에 시달리던 기자는 이처럼 요상한 질병의 기원을 찾아봤다. 여러 설(說) 가운데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호모사피엔스 저자)의 해석이 가장 그렇듯 하다.

그는 자라목의 시초를 인류의 직립보행에서 찾았다. 사지(四肢)를 땅에 댄 채 고개를 쳐들고 다니던 유인원 때는 자라목이 없었다는 것이다.

직립의 부작용은 여성에게 더 크게 나타났다. 엎드리지 않고 기립 생활을 하면서 골반이 좁아졌고, 이 때문에 출산의 고통과 출산 중 사망률이 증가했다. 임신부는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조산'하게 됐고, 인류의 '아기들'은 지구상 포유류 가운데 가장 미숙한 상태로 태어났다.

이같은 부작용 때문에 인류가 직립보행을 포기했다면 어땠을까? 두 손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해 도구를 사용할 수 없었으며, 인류 최고의 발명품인 '불'을 다룰 수 없었을 것이다. 불이 없어 생식을 계속했다면 질긴 고기를 소화하느라 뇌로 투입돼야 할 에너지가 낭비됐고, 지금의 기술 발달은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자라목 등의 불편이 따르더라도 직립보행은 인류 문명의 위대한 혁명적 변화로 평가되는 것이다.

발전은 그냥 이뤄지지 않는다. 반드시 '변화'를 수반해야 하고, 그 변화는 새로운 '자극'이 선행돼야 가능하다. '발전'이라는 현상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독립적 시공간의 개념이 아니라 '자극→변화→발전'이라는 과정을 필연적으로 거치면서 만들어진 진화된 상태를 일컫는다.

지역에는 최근 신선한 자극제가 출현했다. 수십 년 사용한 공항을 이전하는 대형 국책 사업이다. 전투기 소음으로 인한 괴로움과 대형 국책 사업 추진에 목말라 있던 갈증을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여당 중진 의원 출신 대구시 경제부시장 내정도 눈길을 끄는 '자극제'다. 힘없는 야당 소속의 권영진 시장의 '상상력'도 놀랍거니와 고심 끝에 수락한 홍의락 전 의원의 결단도 대단해 보인다. 두 사람의 의기투합은 '신선한 자극제'를 넘어 새로운 발전상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코로나19는 대구에 엄청난 타격을 주고 있다. 일각에선 코로나가 창궐한 올해 상반기 경제 실적은 대부분 지난해 통계여서, 추락하는 지표는 하반기부터 속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표 변화에 따라 심리가 크게 달라지는 경제 여건상 크게 우려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지금까지 체감하고 있는 경제 위기는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는 말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구는 코로나를 이겨낸 성숙 하면서도 따뜻한 시민의식이 있다. 손해 좀 보더라도 대의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려는 'DNA'가 뼛속 깊이 박혀있다. 이를 십분 활용하면 통합신공항 후속조치과 협치행정쯤은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다. 대구 근대사에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하던 자극들을, 반드시 변화'발전 궤도에 까지 끌어 올릴 수 있어 보인다.

통합공항 이전지 유치 신청 마감일(31일)이 도래했다. 2만여명의 군위군민들은 물론 550만명의 대구경북 시도민은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려 왔다. 통합공항으로 지역은 최대 경제효과 50조원을 기대한다. 대구시가 전 시민 대상으로 보내주는 긴급재난지원금(2천400억원)의 200배가 넘는 규모다.

이제 지역은 통합공항을 통해 세계 일류 도시로 이륙하는 일만 남았다. 코로나19를 저 뒤에 남겨 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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