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창] 모리셔스 유류 오염사고의 시사점

김인현 교수(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인도양의 섬나라 모리셔스의 해변에서 지난 13일(현지시간) 자원봉사자들이 좌초 화물선의 유출 기름을 모아 퍼내고 있다. 일본 화물선
인도양의 섬나라 모리셔스의 해변에서 지난 13일(현지시간) 자원봉사자들이 좌초 화물선의 유출 기름을 모아 퍼내고 있다. 일본 화물선 'MV 와카시오'호는 지난 7월 25일 이곳 해안에 좌초됐으며 선박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세계적인 야생동물 보호지역을 위협하고 있다. [렉스프레스 모리스 제공] 연합뉴스
김인현 교수(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인현 교수(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인도양의 조그만 섬나라 모리셔스에 7월 25일 일본 상선 와카시오호가 좌초하여 기름을 유출시키고 있다는 내용이 연일 언론에서 언급된다. 그 섬 주위는 천혜의 깨끗한 환경을 자랑하는 곳인데 기름 유출로 환경 파괴가 심하다. 이 사건을 보면서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1995년 시프린스호 및 2007년 허베이 스피리트호 오염사고가 떠올랐다. 두 사고 모두 유조선에 의한 오염사고로 운송 중이던 원유가 바다로 유출되어 큰 피해를 주었다.

만약 경북 동해안에서 동일한 유류 오염사고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동해안은 다행히 섬이 별로 없어서 선박의 좌초 사고 위험이 낮고, 대형 유조선들이 입출항하지 않기 때문에 대형 사고의 위험은 낮은 편이다. 그러나, 1988년 묵호로 향하던 유조선 경신호가 영일만 앞바다에서 침몰하여 해안이 오염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선박에 의한 유류 오염사고는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유조선에 의한 사고와 일반 선박에 의한 사고이다. 전자는 원유를 실은 선박이 좌초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모든 선박은 추진력을 위한 기관에 사용되는 선박연료유(벙커)를 싣고 다닌다. 그 선박연료유가 바다로 유출되는 경우가 후자이다. 이번 모리셔스에서의 사고는 바로 후자의 경우이다. 포항, 후포 등에도 상선들이 입출항하고 각종 어항에도 어선들이 입출항하므로 이런 유의 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유류에 의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박에서 선장은 조심하여 운항해야 한다.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유류 오염사고 처리를 위하여 해양환경공단을 두고 있고 포항 등에도 지사가 있다. 유류 오염사고 발생 시 펜스를 설치하거나 청소선을 투입해 유류 오염이 확산되지 않도록 조치를 먼저 취한다. 선박에 남은 유류를 다른 곳으로 이적하여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피해보상도 중요한 문제이다. 해상법은 선주 보호 차원에서 선주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일정 부분 제한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전액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는 일이 일어난다. 이에 유조선의 경우 정유사들이 국제기금을 마련하여 추가적으로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한다. 우리나라는 이 기금에 가입하여 이제는 충분한 보상이 가능하게 되었다. 선주들은 책임보험에 가입하여 책임제한 액수만큼은 피해배상을 보장해야 한다. 그런데, 일반 선박의 경우에는 이런 국제기금 제도가 없다. 피해자들은 선주들이 책임을 제한하면 그 이상의 피해를 보상받지 못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국제사회는 선주 책임제한의 액수를 인상하여 피해자들이 보상을 더 받도록 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 상법은 이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일반 선박의 선박연료유 오염사고로 인한 피해자들은 손해배상의 부족분에 대하여 무방비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반 선박에 의한 유류 오염사고 시, 피해보상을 충분히 받지 못한 어민들이 생계 위협을 받는 등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국내기금 제도를 도입하여 이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상법상 선주의 책임제한 액수도 국제조약에 맞추어 피해자가 더 많이 배상받도록 해야 한다. 유류 오염사고는 피해자인 어민들이 손해를 입증해야 하는데, 어민들은 수입을 잘 기록하지 않기 때문에 어려움이 따른다. 이제는 어민들도 수입에 대한 기록을 꼼꼼히 남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이런 제도 개선이 마련되지 않으면 우리는 허베이 스피리트호 오염사고 때와 같이 손해배상을 위하여 또 특별법을 만들고 새로운 행정 부서를 창설하는 등 사회적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번 모리셔스에서의 유류 오염사고는 우리에게 관련 법 제도를 재점검하고 개선할 기회를 제공한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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