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태형의 시시각각] ⑱ 포스트 코로나를 위한 동물복지

더불어 행복한 농장 김문조 대표가 아기돼지 태동소리를 들으며 어미 돼지 건강을 체크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더불어 행복한 농장 김문조 대표가 아기돼지 태동소리를 들으며 어미 돼지 건강을 체크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경남 거창군 위천면 '더불어 행복한 농장'.

출산을 앞둔 어미 돼지들이 낮잠에 빠졌습니다.

모돈의 숙명, 돌아 누울 수도 없는 케이지 대신

잠자리는 푹신한 왕겨와 짚을 깐 운동장 같은 곳.

셀린 디온의 'The Power of Love'를 들으며

어울려 딩굴더니 저마다 세상 편하게 누웠습니다.

이들의 친구이자 농장주 김문조 대표가

곧 태어날 아기들의 태동 소릴 듣습니다.

박동소리가 진하니 산모도 문제없나 봅니다.

돈사에서 스킨십 하며 자주 이렇게 놀아줍니다.

출산을 앞둔 어미돼지와 교감하는 김 대표.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출산을 앞둔 어미돼지와 교감하는 김 대표.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조물주의 완벽한 작품을 산업화 과정에서

인간이 돼지의 본능과 습성을 배려하지 않고 있다'

15년 전, 공장식 사육으로 시작한 그였지만

어느 영국 수의사 회고록에 생각을 고쳤습니다.

벌써 8년째. 첫 3년은 내리 적자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잘 클 수 있니?

묻고 또 되물었습니다.

돼지가 하자는 대로 했습니다.

발효 액비로 분뇨를 푹 썩혀 악취를 쫓았습니다.

4천500두는 족히 우겨넣을 공간이지만

2천500두만으로 거리두기를 했습니다.

먹이를 먹고 푹신한 왕겨가 깔린 돈사에서 휴식하는 돼지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먹이를 먹고 푹신한 왕겨가 깔린 돈사에서 휴식하는 돼지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서열을 가린다고 무시로 판을 벌이는 비육돈사.

피를 본 개구쟁이가 옆방으로 내뺄 쪽문도 냈습니다.

이 친구들 IQ가 60~90이란 말에

밥을 손수 만든 사료급여기로 언제든 먹을 수 있게했습니다.

영리했습니다. 과식이 확 줄었습니다.

1kg 비육에 3.4kg 먹는 애들이 2.6kg면 족했습니다.

이젠 푹신한 이부자리와 똥자리도 가립니다.

출산을 앞둔 어미돼지와 교감하는 김 대표.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출산을 앞둔 어미돼지와 교감하는 김 대표.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마음대로 먹고 놀고 자고 싸니 병치레도 줄어,

꼬리가 잘리거나 이빨이 뽑힐 일도 없습니다.

육성율은 98%. 항생제 쓸 일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덜 먹고도 더 빨리, 더 튼튼히 커주었습니다.

감히 지은 '더불어 행복한 농장'에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포스트 코로나를 위한 동물복지.

'사람과 동물 건강은 하나'라는 '원 헬스'가 화둡니다.

정부·농장·소비자 모두 아직은 걸음마 수준입니다.

가축에게 더 겸손하고 더 배려해야 합니다.

김 대표는 복지인증 축산물 주소비층이

20,30대 젊은이란 점에 희망을 갖습니다.

" 깬 소비자 만이 농장을, 정책을 바꿀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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