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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의 시와 함께] 숲실마을/ 김호진(1955~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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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실마을 /김호진(1955~ )

구름은 금성산을 넘어

곧장 내달리지만

나는 산허리를 굽이굽이 멀리멀리 돌아

숲실마을 산수유꽃 만나러 간다

그리움은 구름을 닮았고

발길은 진창의 삶을 닮았다

산수유나무 표층의 버짐은

올해도 낫질 않아 부르튼 살가죽이 들떠 가렵다

내가 올 때를 기다려 힘껏 꽃 피워

노랗게 숨기려 했겠지만 또 들키고 말았다

못 본 척, 내일 오마 돌아서지만

아흐레는 지나서 와야겠다

양지못 닮은 에움길 돌아돌아 오다가

나 또한 젖어, 아파, 가초롬 말리다 보면

훌쩍 한숨이 보태져 길어지겠지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그리움이 편자를 가느라 늦게 당도한 게……

가을이 깊다. 의성군 사곡면 화전2리 숲실마을은 어떤 풍경일까? 산수유나무 표층의 버짐은 도무지 낫질 않아 부르튼 살가죽은 여전할 것이다. 지난봄 노란 꽃으로 자신의 병(?)을 숨기려 했던 산수유나무는 빨간 열매로 자신의 아픈 곳을 속절없이 다 드러내고 있을 것이다.

가을은 들키는 계절이다. 봄은 자신을 은폐할 수 있지만 가을은 도대체 그게 안 되는 계절이다. 가을은 구름에 자꾸 눈길이 가는 계절이다.

숲실마을은 산수유로 유명한 곳이다. 노란 꽃 만개한 봄도 좋지만 빨간 열매 잔뜩 달린 가을 풍경도 그에 못지않을 것이다. 가을은 그리움의 편자를 갈아 끼운 쓸쓸함이 우리 곁에 잠시 머물다가는 계절……. 탑리에 가면 시인의 약국엘 들러야겠다. 시인이 지어주는 약을 먹고 와야겠다. 산수유열매를 닮아 빨간 알약!

시인 유홍준:1998년 『시와반시』로 등단. 시집 『喪家에 모인 구두들』 『나는, 웃는다』 『저녁의 슬하』 『북천-까마귀』 『너의 이름을 모른다는 건 축복』이 있다. 시작문학상 이형기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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