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을 두고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국민들의 피로도가 심하다"고 했다. 그의 지적처럼 추·윤 싸움에 국민은 피곤하다. 코로나 사태와 경제 위기로 하루하루를 불안한 마음으로 사는 국민은 두 사람의 난타전에 신물이 난다. 형조판서와 대사헌의 대결, 추 장관을 향한 검사들의 집단 반발 등 나쁜 의미에서 국민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절감하고 있다.
이 사태를 초래한 책임은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다. 해법을 내놔야 할 책임도 문 대통령에게 있다. 유 전 사무총장도 "청와대가 나서서 정리를 해줘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 '결단'을 촉구한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한마디 말이 없다. 추·윤 싸움이 검란(檢亂·검사의 난)으로 치닫는데도 묵묵부답이다. 총선 이후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게 임기를 마치라는 메시지를 줬는지 여부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는데도 일언반구가 없다. '문의 침묵'이란 비판마저 나온다. 시비를 따지고 교통정리를 해야 할 대통령이 책임을 방기(放棄)하고 있다.
결자해지를 해야 할 문 대통령은 왜 결단을 못 내릴까. 추 장관을 자르자니 정권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을 제어할 방패가 사라져 정권 안위를 장담할 수 없을까 염려하기 때문인가. 윤 총장을 날리자니 정치적 부담, 검사들의 반발, 국민 저항을 걱정하기 때문인가. 윤 총장이 스스로 물러나 주는 게 바라는 시나리오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안 보여 문 대통령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조선 인조 때 홍만종이 지은 '순오지'(旬五志)엔 "맺은 자가 그것을 풀고, 일을 시작한 자가 마땅히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結者解之 其始者 當任其終)고 했다. 자신이 저지른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책임지고 풀어야 한다는 말이다. 결자해지를 못하면 자승자박(自繩自縛)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자기가 꼰 새끼줄로 자신을 묶는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사람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가 문 대통령 용인술의 핵심이다. 하지만 추·윤 싸움은 이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었다. 나라의 혼란은 결국 대통령 책임이다. 점잖은 말만 하며 뒷전에 있을 때가 아니다. 결단을 내려야 한다. 문 대통령이 결자해지를 못해 자승자박하는 우(愚)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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