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대구 시민들에게 위로의 메시를 주고 싶었습니다. 저 스스로도 힘든 시기에 무력감도 느꼈고 지난 4월부터 전시를 위해 낙동강 상류 봉화에 있는 내성천을 직접 다녀오기도 했죠."
대구미술관은 대구경북의 역사와 서사를 바탕으로 밀도 있는 구성력과 대서사시를 미술로 표현한 '조덕현-그대에게'전을 2, 3전시실에서 갖고 있다.
이 전시는 지난해 이인성미술상을 받은 작가 조덕현의 신작을 포함한 사진과 회화, 대형 설치작품 등 50여점을 소개하는 자리다. 전시주제인 '그대에게'(To Thee)는 작가가 그동안 다뤄왔던 기억의 문제 연장선에서 현재와 미래에 기억하고 재고해야 할 가치를 포괄한 것으로 '그대'는 도달점이기도 하면서 절실함을 발현하게 만드는 시작점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전시의 특징은 '전시 입구'부터 '전시 마지막'까지의 공간마다 별개의 서사들을 담아 유기적으로 엮어 놓아 마치 초대형 설치작업을 둘러보듯 구성한 것이다.
조덕현은 주로 연필과 콩테(흑연, 목탄 등의 원료 광물을 미세한 가루로 만든 안료분(顔料粉)과 점토를 섞어 물로 반죽해 다져 구운 것)를 사용한 사실적인 회화로 근·현대 시간 속 개인의 실존과 운명을 조명했다. 특히 섬세한 회화 기법과 가상 및 실재를 넘나드는 독특한 전시구성을 통해 역사 속에서 잊혀진 삶의 기억들을 자세하게 복원해 서사적 구조로 담아냄으로써 보는 이에게 잔잔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어찌 보면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과거 현재 미래가 뒤죽박죽돼 있는 것 같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시간이란게 마냥 질서정연한 것 같지만 그 속에 사는 우리는 뒤틀린 시간 속에 존재하고 있을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삶을 휩쓴 펜데믹은 지금까지의 미술에 대한 태도와 시각을 많이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죠."
작가의 말을 웅변하듯 10m에 달하는 초대형 신작 회화 '플래시포워드'(Flashforward)는 여러 시공간에 걸쳐 발생한 다양한 사건들을 마치 영화촬영이나 연극을 시연하듯 하나의 시공간에 병치시키는 구도로 제작됐다. 디지털 시대에 흔한 합성과 비견될 수도 있으나 작가는 그런 합성의 얇은 느낌이나 낯설고 두려운 감정을 회화의 태도로 극복해 냈다.
'플래시포워드'는 시리아 팔미라 유적, 아프가니스탄 쿤드즈의 현대 국경없는 의사회 병원의 폭격 잔해, 카인과 아벨, 품페이 화산폭발, 중세 시대의 최후의 만찬, 17세기 루벤스 그림, 1950/60년대 한국 영화계 스타들 등을 담고 있다.
'1952, 대구'는 한국전쟁에 군목으로 참여한 미군장교가 1952년 대구 능금시장을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전쟁 중임에도 활력이 넘치는 군중의 모습과 넘실대는 희망을 묘사하고 있다. 또 '음의 정원'은 윤이상 음악과 대형 스크린에 투영된 식물(대나무)과 오브제를 접목한 설치작품으로 미술, 문학, 고고학, 음악 등이 만나는 공간의 건축적 요소들이 회화와 영상물 등으로 입체화돼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전시를 기획한 대구미술관 유은경 학예사는 "과거 기억을 아련하게 품고 있는 사진이라는 기록과 그 속에 숨어 있는 개인의 주관적인 순간이 합쳐지는 가운데 조덕현의 작업도 겹쳐져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미술관은 이인성미술상 운영 20주년을 맞이해 특별전 '위대한 서사'전도 4, 5전시실에서 갖고 있다.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이인성미술상 역대 수상자 18명의 당대 작품과 신작을 함께 보여주는 이 전시는 도록과 영상, 사진 아카이브도 전시해 이인성 미술상의 역사를 조명하고 있다.
이인성미술상의 역대 수상자는 김종학, 이강소, 이영륭, 황영성, 김홍주, 김구림, 이건용, 김차섭, 안창홍, 최병소, 이상국, 정종미, 홍경택, 김지원, 이태호, 홍순명, 최민화, 공성훈이다.
'조덕현-그대에게'와 '위대한 서사'전은 2021년 1월 17일(일)까지 열린다.
문의 053)803-7881, 7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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