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그들만의 공평과 정의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등이 지난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당정청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등이 지난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당정청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수용 서부지역본부장
김수용 서부지역본부장

지난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3년 6개월여가 흘렀다. 공평과 정의를 부르짖으며 첫발을 내디뎠던 정부가 내세운 정책들은 과연 외침대로 이뤄졌을까? 그렇다고 동의하기 어렵지만 적잖은 변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우선 집 가진 사람들, 특히 정부가 콕 찍어 규제 강화에 나섰던 곳의 주택 보유자들은 일제히 부자가 됐다. 23차례나 발표했던 부동산 규제책들은 하나같이 국민들, 아니 주택 보유자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집값 상승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종합부동산세 대상자가 59만여 명에서 최대 80만 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다주택자도 역대 최대 규모로 늘었다. 지난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기준 주택소유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2채 이상 주택을 가진 다주택자는 228만4천 명으로 2년 만에 16만5천 명 증가했다. 정부 정책 덕분에 집값이 오를 만한 곳은 확실히 올랐다. 지난해 기준 집값 상위 10% 주택의 평균 가격(공시가격 기준)은 11억300만원, 하위 10%는 2천700만원이었다. 1년 새 하위 10% 주택 평균 가격이 100만원 오르는 동안 상위 10%는 1억2천600만원이 뛰었다.

정부 덕분에 부자가 됐으니 남은 일은 세금만 열심히 내면 된다. 특정 지역만 찍어서 집값을 올려주는 방식의 부동산 규제 덕분에 전국 곳곳에 부동산 부자들이 많아졌으니 그만큼 세금을 더 내라는 것이다. 평생 집 하나 갖고 살아왔던 사람도 예외는 아니며, 코로나19로 가계소득이 줄어도 상관없다. 과연 정의롭고 공평한 정부다.

공정사회를 만들려는 정부의 수고로움은 교육 분야에서도 빛을 발했다. 공정성 시비가 일었던 대입 수시모집에서 이른바 '아빠 엄마 찬스'를 없애기 위해 수능 점수로만 대학에 가는 정시모집 비율을 40%로 늘렸다. 수시모집 공정성을 확보해 달라는 요구에 정시 비율을 늘려 버렸다. 행여 명문 학교와 학원가 밀집 지역의 집값이 내려갈까 봐 고심한 결과는 아닌지 새삼 탄복하게 된다. 다만 정부의 깊은 뜻을 모르는 일부 대학들이 현재 고교 1학년 대입 때 정시에도 내신성적을 반영하겠다는 모집안을 내놓은 것은 걱정스럽다.

의사가 부족하다면서 공공의대까지 설립하겠다던 정부가 내년 의사 국가시험에서 강경한 자세로 일관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의대생들이 시험을 거부했으니 공정사회에 부합하기 위해 재시험 기회를 주지 않겠단다. 내년에 신규 의사 2천700여 명이 나오지 않게 됐다. 수련 병원에서 인턴 의사를 모집하지 못해 인력난에 시달리고, 공중보건의와 군의관 등도 부족해져 국민 불편이 불 보듯 뻔하지만 다른 국가시험과의 형평성 문제와 공정사회를 위해 정부는 굳은 의지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매사에 공평과 정의만이 답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선거에 이기려고 국민이 염원하는 정의와는 사뭇 다른 행보도 보였다. 내년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내려고 부랴부랴 민주당은 당헌을 바꿨다. 게다가 4년 전 신공항 입지 선정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꼴찌였던 가덕도를 다시 살리기로 했다. 국민 세금을 들인 조사가 왜 잘못인지, 2위였던 밀양은 왜 검토 대상도 아닌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한 여당 국회의원은 "대구시장급 정도가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는 거친 언사도 내뱉는다. 도대체 우리가 알고 있는 공평과 정의가 언제부터 이렇게나 변질된 것일까. 다수가 '아니다'고 외칠 때에는 아무리 제 믿음이 굳어도 한번쯤 돌이켜보는 정권이 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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