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누가 먹거리를 생산하고 어떻게 망치나

푸도폴리/위노나 하우터 지음/박준식·이창우 옮김/빨간소금 펴냄

생산-가공-유통이 한 회사를 통해 이루어지는
생산-가공-유통이 한 회사를 통해 이루어지는 '먹거리 독점'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충분하지는 않지만 '로컬푸드운동'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미국의 한 CSA(공동체지원농업) 농장의 꾸러미 포장 모습. 매일신문 DB

푸도폴리는 '푸드'(Food)와 '모노폴리'(Monopoly)의 합성어이다. 즉 '먹거리 독점'을 뜻한다. 이 책은 우리가 거의 매일 먹는 고기, 채소, 곡물, 우유 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관한 충격적이고도 사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농업 정책을 가리고 있는 커튼을 걷어내 농업 정책이 로비스트들에게 어떤 식으로 강탈당해 왔는지, 카길·타이슨·크래프트·콘아그라 같은 대기업을 지지하면서 독립적인 농민과 식품가공업체를 몰아내는 데 어떤 식으로 이용돼 왔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푸도폴리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대부분 소비자(먹거리를 먹는 사람들)는 먹거리를 생명 유지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본다. 하지만 대기업은 우리의 부엌과 위장을 이윤 창출원으로 여긴다."

이 책의 1부는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 문장에 이 책의 전체가 담겨 있다. 2010년 현재 카길, 타이슨 푸드, JBS, 내셔널 비프가 미국 육우의 80%를 생산한다. 그리고 스미스필드, 타이슨 푸드, JBS, 엑셀이 미국 돼지의 66%를 생산했다. 이들 업체를 비롯한 공장식 농장에서 사육되는 돼지의 비율은 1992년 30%에서 2007년 65%로 늘어났다. 육계 산업도 비슷한 상황이다. 2010년을 기준으로 지난 10년 동안 5대 가금류 생산업체였던 타이슨 푸드, JBS/필그림스 프라이드, 샌더슨 팜, 콕 푸즈가 현재 미국에서 소비되는 육계의 70%를 차지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답은 '수직통합화'다. 전통적인 개별화 방식과 달리 지금은 먹거리의 생산-가공-유통이 한 회사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타이슨 푸드가 공장식 비육장에서 소를 기르고, 자체 도축장에서 도축·정육한 뒤 맥도날드에 공급하는 식이다. 이러한 수직통합화는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생산업체의 전략에 따른 것이기도 하고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업체들의 요구가 낳은 결과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맥도날드, 버거킹, 웬디스가 햄버거를 포함한 패스트푸드 판매액의 73%를 차지한다. 이러한 패스트푸드 체인들의 시장 지배력 때문에 쇠고기 산업의 통합이 더욱 심화되었다.

그리고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농산업-금융자본-정치권력의 동맹이다. 이들은 '커지든지 꺼지든지'라는 구호 아래, 소농을 없애고 기업농 중심의 독점 체제로 농업을 바꾸기 위해 돈을 만들고 법을 바꾸었다. 저자는 이러한 '식량독점체제'를 푸드와 모노폴리의 합성어인 '푸도폴리'로 표현했다.

◆유기농 식품의 역설

유기농 식품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유기농 식품은 소규모 가정 재배에서 식품 기업들이 지배하는 연매출액 약 300억달러(2011년 기준)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대기업이 통제하는 먹거리 체계의 대안으로 인기를 얻은 유기농 식품이 이제는 초대형 식품 회사들의 통제를 받는다. 오늘날 20대 식품가공업체들 중 14개가 유기농 브랜드를 매입하거나 자체적인 유기농 브랜드를 출시했다. 홀 푸드 마켓이 미국 자연 식품 소매 부문을, 유나이티드 내추럴 푸드가 유통을 지배하고 있다.

유기농 식품과 자연 식품이 수지맞는 사업이 되자 월마트 또한 행동에 착수했다. 극도로 효율적인 유통망으로 유명한 이 업체는 2006년에 자사가 판매하는 유기농 제품의 숫자를 늘리고, 유기농 제품을 관행 제품보다 10% 높은 가격에 판매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월마트가 이야기하는 유기농은 많은 소비자가 유기농 제품에서 기대하는 것과는 다르다. 대형 식품 회사들과 제휴해 이미 월마트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가공식품들의 유기농 버전을 만드는 것이다. 또한 고과당 옥수수시럽을 사탕수수로 만든 설탕으로 대체하고 방부제를 없앰으로써 가공식품을 유기농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런 일은 농무부가 국제무역과 상거래를 위해 간소화된 인증 과정을 마련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유기농 식품 부문에서도 역시 농산업-금융-정치 권력의 동맹이 힘을 발휘한 것이다.

◆개인적 선택은 물론 정치적 변화가 필요

저자는 현재 버지니아주 더 플레인스에서 유기농 가족농장을 운영하며 로컬푸드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먹거리운동가의 한 사람인 저자는 "로컬푸드운동이 먹거리 위기와 생태 위기를 해결하는 데에는 충분치 않다"고 말한다. 좋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되는 운동만으로는 푸도폴리를 해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농업 및 먹거리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완전한 구조적 변화, 즉 개인적 선택뿐만 아니라 정치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푸도폴리가 이미 농산업-금융-정치 권력의 동맹체이므로, 이에 맞서는 운동 또한 매우 정치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492쪽, 2만5천원.

책
책 '푸도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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