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6-8-8.'
10개 팀이 겨루는 국내 프로야구 무대에서 삼성라이온즈가 지난 2016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거둔 성적표다.
2000년대 7차례(2002, 2005, 2006, 2011~2014년)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왕조를 구축한 삼성이었기에 어색할 수밖에 없는 성적이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부터 2015년까지 34년 동안 삼성이 6위 이하로 떨어진 적은 1996년 한 차례뿐이다.
참담한 성적 탓에 5년 연속 가을야구를 보지 못한 삼성 팬들은 올 시즌이 끝나자마자 책임자 문책을 외치고 있다.
지난달 대구시내 곳곳에는 삼성의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묻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이 내걸렸다. '삼성라이온즈 팬'의 이름으로 홍준학 삼성 단장의 책임을 묻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팬들은 올해 홍 단장이 전력을 보강하고도 실패를 반복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프로야구가 여전히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이고 정치적인 색채가 가미된 지역 연고제를 채택하기에 연고지 팬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상상 이상이다. 삼성은 공교롭게도 시민 혈세가 들어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로 전용구장을 옮긴 뒤부터 내리 5년 연속 흉작에 신음하고 있다.
팬들이 홍준학 단장을 꼭 집어서 책임을 묻는 것은 어느 정도 타당해 보인다. 그는 구단 프런트 사원에서 시작해 단장이 된 삼성 야구의 산증인으로 홍보 업무를 오래 맡아 마당발로도 통한다.
홍 단장은 2000년대 이전 시행착오와 정상 좌절의 숱한 아픔을 겪은 뒤 꽤 오랜 기간 '최강 삼성'의 영광을 누렸지만 이제 '암흑기'를 이끈 책임자로 비난받고 있다.
삼성그룹은 역대로 야구단의 성적에 대한 책임을 강하게 물어왔다. 성적이 성에 차지 않을 때마다 사장이나 단장, 감독 교체로 분위기를 바꿨다. 임원과 감독이 동시에 바뀔 때도 있었고,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하고도 우승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잘린 정동진 감독도 있다.
흑역사를 쓴 지난 5년 사이 삼성 사장은 김동환(2015년 12월~2017년 12월), 임대기(2018년 1월~2020년 3월), 원기찬(2020년 3월~현재)이었다. 단장은 안현호(2014년 8월~2016년 10월)에 이어 홍준학(2016년 10월~현재)이 맡고 있다.
감독은 류중일(2011~2016년), 김한수(2016년 10월~2019년)를 거쳐 허삼영(2019년 9월~현재)이 맡고 있다.
이를 놓고 보면 2016년부터 시작된 성적 부진의 첫 책임은 시즌 후 물러난 안현호 단장과 류중일 감독에게 돌아갔다. 2016 시즌 삼성은 역대 최악인 9위를 차지했다.
2017년 2년 연속 9위 수모를 당한 뒤에는 김동환 사장이 퇴진했다. 6위로 잠깐 반등한 2018년에는 문책 인사가 없었지만 다시 8위로 추락한 2019 시즌 후에는 김한수 감독과 임대기 사장이 차례로 옷을 벗었다.
이런 구도라면 2년 연속 8위에 머문 올해도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 팬들은 이번에는 단장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예전 삼성그룹은 야구단을 계열사로 뒀을 때는 계약 기간이 남았음에도 사령탑을 경질하는 게 다반사였으나 제일기획에 운영을 맡긴 뒤부터는 점잖아진 모습이다. 프런트를 이끄는 임원에게도 인심이 후해졌다.
산전수전을 다 겪고 5년째 장수하는 홍 단장이 그동안 추진한 리빌딩에 성공하기를 바라는 팬들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그는 스토브리그 기간 자유계약선수(FA) 오재일을 영입하는 등 전력 보강에 의욕적이다.
하지만 프로야구가 객관적인 전력을 바탕으로 한 결과론적 확률 게임임을 가정하면 내년 시즌에도 삼성의 고전이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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