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마음이 흐르는 대로/지나영 지음/다산북스 펴냄

올해 나이 마흔 넷. 대구에서 봉제공장 일을 하던 부모 슬하 두 번째 딸로 태어난 지은이는 대구가톨릭대 의과대학 졸업 후 의정부 성모병원에서 인턴을 수료했다. 이후 원하던 정신과 레지던트 프로그램에 지원했으나 떨어지면서 미국 의사 면허증을 따오겠다는 마음으로 무작정 미국으로 갔다. 그곳에서 미국 의사국가고시를 최상위 성적으로 통과하고 레지던트와 펠로우 과정을 이수한 후 존스홉킨스와 연계병원인 케네디크리거 인스티튜트 소아정신과 교수진에 합류했다. 그 과정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만성 피로, 오한, 근육통을 동반한 병마가 찾아왔고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원인을 찾은 결과, 자율신경계 장애 중 하나인 '신경매개저혈압'이란 진단을 받는다. 이 병이 그녀의 삶을 180도 변화시켰다.

흔히 삶은 역경을 딛고서야 제대로 설 수 있다고들 한다. 책은 '잘 나가던' 의학도가 어느 날 찾아온 희귀병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가족의 사랑, 의사로서의 소명, 환자에 대한 애정이 전적으로 새롭게 정립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마치 한편의 잘 짜인 인생 다큐멘터리처럼 말이다.

지은이는 삶의 무게를 덜어내자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대한 '새 세상'을 과거의 경험들에 비추어 반추하면서 적고 있다. '마음이 흐르는 대로'는 글자 그대로 예상치 못한 삶의 굴곡 속에서도 진정으로 자신이 하고자하는 일과 타인에 대한 배려가 살아갈 이유로서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큰(?) 깨달음을 되뇐다.

돈 보다 더 가치 있는 유산이란 뭘까? 누군가를 도울 때 삶이 더 의미 있어 지는 이유, 진심으로 삶에 임한다는 것, 우리는 다 같으면서도 또 다르다는 것, 나의 길을 넘어 초월의 길을 간다는 것 등등.

누구나 한 번쯤 사고해보지만 제대로 된 결론에 도달하기 쉽지 않은 질문들에 대해 지은이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담담하게 써내려 가고 있다.

그리고 종내는 삶이 흔들릴 때 우리가 바라봐야 할 단 한 가지 해답이 머무르는 곳, 그곳은 즉 '마음이 흐르는 대로'(Follow Your Heart)이다. 306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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