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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신춘문예 심사평]동화

동화, 희망을 이야기하다
심사위원: 서정오(동화작가)

서정오 동화작가
서정오 동화작가

동화, 희망을 이야기하다

300편에 가까운 응모작들 가운데 끝까지 심사자의 손에 남은 작품은 5편이었다.

'나사소년 김민석'(정미선)은 상처를 안고 힘겹게 살아가는 아이들이 서로 이해하고 가까워지는 과정을 재미있는 소재를 동원하여 설득력 있게 그린 동화다. 문장이 질박함을 넘어 다소 거칠어 보이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비누꽃'(박진희)은 탄탄한 서사의 틀을 갖춘 작품으로, 저마다 다른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서로 마음을 열고 힘을 모으는 모습을 애정 어린 눈길로 그려냈다. 사건 전개가 너무 '모범적'이어서 다음 대목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건 장점일까, 약점일까.

'반창고'(오바다) 역시 비슷한 소재를 다룬 따스한 이야기이다. 글을 읽다 보면 온기를 전해주는 '목수건'과 상처를 감싸주는 '반창고'의 상징성에 주목하게 되는데, 사건 설정이 다소 작위에 흐른 점이 아쉬웠다.

'낮은 계단'(정유나)은 끝까지 당선작과 어깨를 겨룬 무게 있는 작품이다. 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계단을 오르는 단 몇 분 동안 일어난 일을 한 편의 동화로 완성한 점부터 신선했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일인칭 시점의 서술도 밀도 있고 자연스러워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느껴졌다. 완성도를 조금만 더 높였더라면 당선작으로도 손색이 없었을 것이다.

당선작으로 뽑힌 '우리 집에 놀러와'는 주제 형상화는 물론 구성과 문장에도 흠 잡을 곳이 거의 없는 수작이다. '일하는 부모'를 둔 요즘 아이들이 흔히 겪을 만한 소소한 일상을 '기승전결'의 완벽한 틀에 담아내어 만만찮은 감동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사건은 대단하달 것이 없고 등장인물도 단출하지만 이야기를 떠받치는 통찰의 무게는 결코 녹록하지 않다. 주인공 '선재'의 눈으로 자신은 물론 상대역인 '건호'의 미묘한 심리 변화까지 서두르지 않고 담담하게, 그러나 의도된 치밀함으로 개연성 있게 묘사한 데서 작가의 든든한 역량을 엿볼 수 있었다. 이번 당선이 작가에게는 더 큰 도약을 위한 출발점이 되기를 바라며, 작품 속 아이들이 보여준 아름다운 화해의 몸짓이 새해 우리 세상을 밝히는 희망의 화두가 되기를 또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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