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들을 만나 한국을 소개하고 서로의 역사와 생활방식을 주고받는 홈스테이로 왁자지껄하던 집안이 코로나19 때문에 적막에 싸인 지 1년이 지났습니다. 한복체험과 김치 만들기, 때로는 여행가이드가 되어 그들과 함께 다니며 민간외교관이라 자부하던 즐거움을 잃어버렸습니다.
그 허전함을 시조로 달랬습니다. 잠을 자다가도 잠꼬대처럼 메모지를 빼곡하게 채워놓고, 아침이면 암호 같은 메모를 해독하며 시조를 썼습니다. 머리가 가장 맑은 새벽잠을 반납했습니다. 1년 동안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알람을 새벽 3시에 맞춰놓고 아침식사 준비 전까지 좋은 시조와 문학상 수상작품 등 이른바 '명품 시조'를 미련할 만큼 읽고 또 읽으며 필사를 했습니다.
당선 소식에 아직도 가슴이 뜨겁습니다. 누군가의 가슴골을 울리는 시조를 쓰고 싶습니다. 누군가의 가슴골을 울리는 시조를 쓰고 싶다는 평소의 바람이 이제 삶의 목표가 되었습니다. 새해에는 하늘길이 활짝 열려 내 집을 다녀간 18개 나라 사람들보다 더 많은 외국인들에게 우리 시조를 알리고 싶습니다.
부족한 작품에 장미꽃을 달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과 매일신문사에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부족함을 알기에 더 열심히 쓸 것을 다짐합니다. 오랫동안 글쓰기를 포기했던 저에게 따뜻한 격려와 용기를 보내주신 윤금초 선생님과 임채성·이두의 시인님, 그리고 선·후배 도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말없이 응원해준 남편 홍순열 씨, 언제 어디서나 글을 쓰라고 노트북까지 사주며 응원한 아들 홍찬표, 며느리 안지혜, 내 비타민 같은 소예, 성윤이도 두 팔이 아프도록 끌어안아 주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게스트들이 꼭 물어봅니다. "너 시인이야?" 그 물음에 저는 기죽은 목소리로 시인이 될 거라며, 코리아 팬케이크(김치전)와 라이스와인(막걸리)을 마시며 제가 쓴 시조를 낭송해 주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당당하게 대답할 것입니다. "I am a Korean sijo poet." 그리고 제 시조를 더 멋들어지게 낭송해 줄 것입니다.
◆김남미
1959년 충북 진천 출생
2012년 8월 중앙시조백일장 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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