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코로나 오진에 혐오 겹쳐, 지난 보름 지옥 같은 시간"

재검사에서 음성 나왔지만 확진자들과 생활치료센터 입소
좁은 동네에서 소문 퍼지면서 마치 큰 잘못 저지른 듯 입방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모습.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 판정의 오진에다 코로나 혐오까지 겹쳐 지난 15일은 정말 지옥 같았습니다."

코로나19를 둘러싸고 남모를 고통을 겪은 사람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경북 영덕에 사는 A씨는 지난달 13일 영덕군 한 장례식장을 찾았다가 서울 확진자의 동선과 겹쳐 영덕에서 17일 검체 채취를 받았다. 그 결과, 양성 판정을 받고 안동의 생활치료센터로 향했다.

A씨는 당시 서울 확진자와 드나드는 과정 정도의 동선 밖에 겹치지 않았고 마스크도 착용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동행자들이 모두 음성 판정을 받은 점을 이상히 여겨 안동으로 가기 전에 18일 포항에서 한 번 더 검사를 받았다. 재검사 결과 음성 판정이 나왔다.

하지만 어처구니 없게도 이때부터 진짜 '지옥'이 시작됐다.

양성 판정자 2명과 방을 함께 배정받은 A씨는 공포에 떨었다. 독실 배정을 요구했지만 영덕군이나 경북도 안동생활치료센터 등이 서로 서류절차 책임 등을 확인하느라 24시간 가까이를 허비한 뒤였다.

결국 A씨는 방역 당국에서 음성이 확인됐지만 생활치료센터에서 양성 확진자와 시간을 보낸 탓에 지난달 말이 돼서야 퇴소할 수 있었다.

A씨의 가족이나 지인들도 이 과정에서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좁은 동네여서 금세 소문이나 신상이 다 털렸다. 염려와 걱정의 전화조차도 이들에게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특히 A씨의 이런 사정을 알 리 없는 주변에선 A씨가 무슨 대단한 잘못을 한 것인 것처럼 한동안 입방아에 올랐다는 후문이다.

A씨의 한 지인은 "코로나19 혐오가 얼마나 심했으면 참다못한 친한 친구들이 명예회복을 위해 현수막을 마련하자고 했지만 A씨가 만류해 걸지는 않았다. 막연한 혐오나 신상 털기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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