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의명 소방관 '구조 본능'…주택 화재 70대 구명, 초동조치도 완벽

밤샘 근무 뒤 휴식 중 거동 불편한 할아버지 목숨 구한 달성소방서 소방대원

불이 난 박모 할아버지네 현장 사진. 대구소방안전본부 제공
불이 난 박모 할아버지네 현장 사진. 대구소방안전본부 제공
김의명 소방관
김의명 소방관

"불이야! 불이야!", "저쪽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어요!"

23일 오후 1시 30분쯤 대구 달서구 감삼동의 한 1층 주택에서 연기가 많이 피어오르고 있다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니는 빨래를 널고 있었다.

마침 전날 고된 야간 근무를 마치고 본가인 어머니 집에서 쉬고 있던 대구 달성소방서 119구급대 소속 김의명 소방관은 화재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이에 집에 있던 소화기를 들고 밖을 향했다. 그러면서 어머니에게는 "119에 빨리 신고하라"고 알렸다.

불이 나고 있던 곳은 동네 이웃인 박모(79) 할아버지네 1층 집이었다. 박 할아버지는 전기장판 과열로 불이 나고 있는지도 모른 채 평온히 잠을 자고 있었다. 박 할아버지는 평소 뇌졸중을 앓고 있어서 거동이 많이 불편한 상태라고 한다.

"불이 나고 있는 1층 집 문을 여니 연기가 자욱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김 소방관은 소화기로 발화지점을 침착히 진압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소화기는 속불을 끄지는 못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불은 번져만 갔다. 그는 바닥에 누워 있던 박 할아버지의 의식을 확인한 뒤 업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그러는 한편 소방차가 빠르게 진입할 수 있도록 집 앞에 주차된 자동차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면서 진입로를 확보했다. 현장 출동을 통한 깨달음이었다. 잠시 후 출동한 소방대원과 함께 끝까지 현장을 지키면서 화재를 진압했다. 소방 관계자는 "전기장판이 오랜시간 과열된 것으로 추정돼 벽지·가전제품 등을 모조리 태운 뒤 800만원 상당의 큰 재산피해를 냈다"면서 "김 소방관의 기지로 빠르게 구조·응급처지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할아버지는 생을 달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소방관은 "화재가 확산되는 것을 막고 사람을 구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라며 "소방관으로 당연히 해야할 일이었고 누구나 그렇게 행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가져서 했다기보다는 이웃, 내 주위의 사람이 곤경에 처한 모습을 보니까 고민 않고 행동으로 바로 연결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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