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뉴스Insight] 자연·문화유산에 꺾인 팔공산 구름다리

불교계, 시민사회단체 반대 극복 못해…자연·문화와 조화 이루는 팔공산 랜드마크 더 고민해야

대구시가 5년에 걸쳐 추진한 팔공산 구름다리 조성 사업이 최근 완전히 무산됐다. 사진은 지난 2008년 봉화 청량산 해발 800m에 건립된 하늘다리. 봉화군 제공
대구시가 5년에 걸쳐 추진한 팔공산 구름다리 조성 사업이 최근 완전히 무산됐다. 사진은 지난 2008년 봉화 청량산 해발 800m에 건립된 하늘다리. 봉화군 제공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지구촌 최고의 관광자원은 자연유산일 것이다.

인류가 만든 그 어떤 불가사의한 고대 문화유산이나 근현대 건축·조형물도 자연의 힘으로 탄생한 관광자원을 넘어서지 못한다.

브라질을 보자. 세계적인 미항 리우데자네이루 해변을 내려다보는 산 위의 거대한 예수상은 종교를 떠나 관광객에게 엄청난 볼거리다. 하지만 자연이 빚은 아르헨티나·파라과이 접경 지역의 이과수폭포를 만나면 영혼마저 빼앗기게 된다.

역사가 오랜 잉카 문명의 유적인 마추픽추, 짧은 역사의 미국 뉴욕 자유의 여신상 등 인류가 만든 위대한 건축·조형물은 하나같이 자연 특성을 잘 살리고 있다.

거대한 땅덩어리를 가진 중국의 관광지는 유별나다. 명산이나 거대한 협곡 그 자체가 빼어난 관광자원임에도 케이블카와 잔도 등 인공 건축물이 자연의 구석구석을 도배하고 있다. 소림사 등 유명 사찰도 문화유산보다도 가미된 자연 조형물에 의해 관광지로 더 빛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관광지에서는 자연과의 조화 여부를 떠나 인공 건축물이나 조형물 설치가 꽤 어려운 실정이다. 팔공산 구름다리가 5년 난황 끝에 무산됐는데 같은 맥락이 아닐까.

대구시는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팔공산 구름다리 조성 사업을 철회하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철회 배경에는 팔공산의 절대적인 관광자원이자 문화유산인 조계종 동화사의 반대가 깔려 있다. 조계종은 앞서 동화사의 수행 환경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팔공산 구름다리 사업 철회를 공문으로 대구시에 요청했다. 이 사업을 추진하려면 동화사 소유 땅을 매입하거나 사용승인을 받아야 할 처지였기에 대구시는 현실적으로 사업 추진을 강행할 수 없었다.

환경 보존을 내세우는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반대도 사업 무산에 영향을 미쳤다. 지역 9개 시민사회단체는 대구시 결정에 대해 환영과 지지를 표시했다.

팔공산은 대구시민과 경북도민의 휴식처이자 우리 지역이 자랑하는 관광지다. 빼어난 자연유산이 많지 않은 지역 특성상 대구시가 그나마 간판 자연유산인 팔공산에 구름다리를 조성하려 한 일을 나무랄 수는 없다.

어쩌면 조계종이나 일부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이 대구시민의 전체 정서를 반영한다고 볼 수 없다. 팔공산 상가연합회는 대구시가 일부 반대를 내세워 사업을 철회한 것은 시의 무능함을 드러낸 일이라고 했다. 국비까지 확보하고 오랜 기간 사업에 공을 들였기에 안타까운 반응을 보이는 시민들도 많다.

안동댐 상류의 구름다리인 봉화 청량산 하늘다리를 보자. 지난 2008년 5월 청량산 해발 800m에 설치한 하늘다리는 기암절벽을 자랑하는 청량산의 볼거리로 자리 잡고 있다. 전문 산행이 아니더라도 청량산에 들리면 하늘다리에 이끌려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이 많다. 하늘다리는 산행의 피로를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물론 하늘다리가 주위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관광 목적의 철제다리임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팔공산은 청량산과 마찬가지로 도립공원이다. 팔공산을 국립공원으로 추진하는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이번 구름다리가 아니더라도 자연환경과의 조화로 팔공산을 돋보이게 하는 건축·조형물 조성을 꾸준히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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