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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신춘문예 심사평]소설

힘든 시절이라 가볍고 따스한 작품 눈길
심사위원: 김화영(문학평론가)·박정애(강원대 교수·소설가)

김화영 문학평론가
김화영 문학평론가

힘든 시절이라 가볍고 따스한 작품 눈길

예심을 통과한 11편(퍼피밀, 내 잘못이 아니에요, 당신의 이야기, 비타민, 닻을 주다, 달팽이를 옮기는 방법, 빵 트럭 습격, 솜 트는 사람들, 보통의 꿈, 짬뽕 아니 자장면, 블랙 라이트) 중에서 본심에서 비중 있게 논의된 작품은 5편(비타민, 블랙 라이트, 닻을 주다, 퍼피밀, 달팽이를 옮기는 방법)이다. '비타민'은 우리 시대 가난한 노년여성의 이중생활과 그 파국의 정경을 꽤나 치밀하게 직조해냈으나 그 치밀함의 작위성이 도드라졌다. '블랙 라이트'는 소극장과 병원이 있는 대학로의 풍경 묘사가 매우 인상적이지만, 정작 중요한 주인공의 고뇌와 방황은 상투적 서사에 머물렀다. '닻을 주다'는 바다와 잠수부라는 소재를 장악하고 밀어붙이는 작가의 내공이 남다른 작품이다. 다만 문장 수련이 조금 덜 되어 있고 주제의식이 희미하다는 단점을 넘어서는 장점을 보여주진 못했다.

'퍼피밀'은 반려견 문화가 얼추 정착되어가는 듯 보이는 우리 사회의 저변에 어떤 불편한 진실이 도사리고 있는지 파헤치는데, 그 폭로의 수준이 지독할 정도다. 생명체를 잔인하게 학대하면서도 끊임없이 거짓 구원을 갈구하는 인간의 모습 또한 리얼하게 포착했다. 그런데 생명 학대의 현장 묘사가 지나치게 날것이어서 오히려 선정적이다. 문학적 형상화 작업이 부족하다는 느낌도 준다.

'달팽이를 옮기는 방법'은 가볍게 읽히는 작품이다. 순문학과 웹소설의 경계에 있다고나 할까. 관점에 따라 치명적인 단점으로 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좋게 보면, 언어유희를 중심 서사와 공교롭게 결합하였고 영상물 쪽에서는 진작부터 인기 있던 너드(nerd) 캐릭터를 소설적으로 실감나게 구축해냈다. 상식과 사회성이 부족하지만 아이를 유산한 아내를 위하여 비상식적으로 최선을 다하는 너드 남편, 그의 비상식이라는 껍데기보다는 그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는 아내가 따사롭고 달달한 메시지를 빚어낸다.

너무 길고 어두운 터널 속을 통과하는 듯 내남없이 힘든 시절이라 그런지 무겁고 끔찍한 현실 고발보다는 가볍고 따스한 소품 쪽으로 심사위원들의 마음이 움직였다. 당선자에게 진심 어린 축하 인사를 보낸다.

〈예심: 오철환(대구소설가협회장)·이근자(소설가)〉

박정애 강원대 교수
박정애 강원대 교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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