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5월. 대구 중구 한 아파트에 사는 30대 맞벌이 부부 김준호·최미지 씨는 유통업계가 지난해 코로나19 유행을 계기로 도입한 비대면 온라인 쇼핑에 완벽히 적응했다.
이들은 각각 달성군 테크노폴리스, 동구 혁신도시로 출퇴근하느라 고단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평일엔 장시간 통근에 지치고 주말엔 4살 딸을 돌보기 바쁘다.
온라인 쇼핑은 이동에 드는 시간과 체력, 감염병 전염 우려를 덜어 줬다. 캡슐커피 머신과 온열기구 등 소형가전은 SSG닷컴에서, 냉장고를 채울 신선식품은 쿠팡프레시로 각각 구입해 왔다. 롯데온에서 방송하는 라이브커머스, 일명 '라방'을 챙겨보며 다가오는 계절용 의류가 맘에 들면 즉시 채팅으로 상담한 뒤 가까운 롯데백화점 상품을 주문한다.
덕분에 평일엔 집안일이나 재택업무 등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주말에도 사람 많은 백화점·대형마트를 피해 딸과 여기저기 여행다닌다.
김 씨는 "이제는 꼭 필요할 때만 매장에 들르면 돼 많은 시간을 나와 가족에게 쓸 수 있다"고 만족해 했다.
지난해 세계를 휩쓴 코로나19가 유통 트렌드에서도 지각변동을 불러올 전망이다.
멀게만 느껴졌던 비대면 거래가 일상 속을 파고 들었고, 누구나 손가락 한번 움직이면 백화점·마트·이커머스(전자 상거래) 등 다양한 곳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쉽고 빠르며 익숙하게 주문할 수 있게 됐다.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의 긍정적 변화는 불가피해 졌다.
◆코로나19 사태, O2O 강화 발판으로
유통업계는 새해 '포스트 코로나' 전략 세우기에 한창이다. 업태나 회계연도에 따라 시기나 방법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지난해 등장한 고객들의 '오프라인 점포 체류 기피' 경향을 O2O(온·오프라인 연계) 전략 강화 발판으로 삼고 있다.
오프라인 생필품 쇼핑 최강자였던 대형마트는 주문자와 근접하다는 강점을 앞세워 온라인 주문배송을 강화했다. 특히 우수한 신선식품을 재빨리 배송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마트는 신규 출점과 기존 점포 리뉴얼을 통해 오프라인 방문객을 모으면서, 1인 가구나 온라인 위주 쇼핑 소비자에 대한 식료품 판매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해 3분기 이마트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연결기준 매출 5조9천77억원, 영업이익 1천51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7%, 영업이익은 30.1% 각각 증가한 수치다.
이는 손님이 밀집되지 않는 창고형 매장 '이마트 트레이더스', 주변 1·2인 가구를 겨냥해 식료품 코너를 강화한 이마트 서울 신촌점 등을 신규 출점했고, 기존 점포도 시대상에 맞춰 리뉴얼 오픈하는 등 변화를 꾀한 결과다.
신촌점 경우 대학가 특성 상 주변에 2030세대 청년층이 많고 1, 2인 가구가 많은 점을 고려해 매장 면적의 83%를 식료품 매장으로 꾸몄다. 소포장 과일과 채소 비중을 높이고 이마트 자체 간편식품 브랜드를 판매하는 '피코크 밀키트존'을 들였다. 아울러 초저가 와인, 수입 맥주 등을 함께 파는 주류 매장을 도입해 청년 소비자 호응을 얻고 있다.
대구의 이마트 칠성점은 주변 대형마트 3파전에서 독자생존한 뒤 전관 리뉴얼을 거쳐 젊은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주변에 신혼부부, 대학생 등 젊은 소비자가 많은 점을 고려해 식료품 매장 면적을 늘리고 주류매장 '와인 & 리큐르', 가전매장 '일렉트로마트' 등을 전진배치했다.

이마트는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온라인 소비 증대에 발맞춰 SSG닷컴과의 온오프라인 연계도 강화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12월 23일 SSG닷컴에서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집 근처 점포에 방문해 받아가는 '매장 픽업 서비스'를 성수점·서수원점에서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당일 주문한 제품은 당일 픽업할 수 있도록 해 매장 체류 시간을 줄였다.
지난달 9일부터는 이마트에서 팔던 횡성축협한우와 1등급 한돈 등 고품질 신선식품의 새벽 배송 서비스도 시작했다.
홈플러스는 전국 140개 전 점포에 온라인 물류 기능을 더해 '쇼킹'(Shoping+Picking) 매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오프라인 방문객이 직접 쇼핑할 때만큼, 온라인 소비자가 주문한 물건을 흠결 없는 최상의 제품으로 골라 배송해주는 체계를 도입했다.
각 점포에는 장보기 전문사원 '피커'(Picker·골라주는 사람)가 상주한다. 이들이 고른 제품은 콜드체인 차량을 통해 최대한 당일 배송한다.
온라인 주문 수요가 유독 큰 홈플러스 계산점(인천), 원천점(수원), 안양점(안양) 등 일부 점포에는 '풀필먼트 센터'(FC)를 구축했다.
계산점 경우 지하 2층에 컨베이어 롤러와 온라인 주문량이 많은 제품들이 구비돼 있다. 피커들은 반경 3m 이내 공간에서 각자 맡은 품목을 골라 트레이에 올린 뒤 컨베이어 롤러를 통해 다음 피커에게 전달한다. 주문자 1명 몫 배송상자가 가득차기까지 약 3분밖에 들지 않는다.
계산점은 2018년 하루 평균 200건 수준이던 온라인 배송 건수가 지난 2019년 7월 FC 도입 이후 7배가 넘는 1천450건으로 뛰며 온라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0% 신장했다. 매장 신뢰도가 오르면서 방문객도 덩달아 늘어나는 시너지도 발생했다.
김현유 홈플러스 미디어커뮤니케이션팀 대리는 "온라인 강화 전략을 2019년부터 펼친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닥치면서 새 체계를 조기 정착하는데 힘썼다. 비대면 시대에도 오프라인 매장의 역할은 여전히 클 수밖에 없는 만큼 온오프라인 매장 연계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은 '라방' 고정 편성하고 결제·휴식 편의 ↑
백화점 업계도 매장 방문을 주저하는 소비자가 제품을 생생하게 보고 살 수 있도록 홈쇼핑 못지 않은 라이브커머스(실시간 방송과 채팅을 제공하는 판매 중계 서비스), 이른바 '라방'을 전면 도입했다.
지난해 이후 대구백화점과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이랜드리테일(동아백화점·NC아울렛 등)은 각각 자사 홈페이지나 협력사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입점 점포 점장의 개인 SNS 채널 등을 통해 라이브커머스를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전국민을 상대로 하는 만큼 지역에 국한되지 않아 수요층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뚜렷하다. 때에 따라서는 유명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SNS 등에서 영향력이 큰 일반인)를 섭외해 상품을 소개하기도 해 소비자들 이목을 끌기도 좋다. 입점업체 역량에 따라 단골 고객을 상데로 핀셋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기존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각각을 따로 분석하던 매출 동향을 빅데이터로 수집해 병합 분석하려는 시도도 이어진다. 지난해 유독 줄어든 오프라인 매출을 온라인 실적이 메우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어서다.
현대백화점은 기존 현대백화점카드 구매이력과 멤버십 적립 이력 등을 근거로 분석하던 매출 트렌드를 온라인 쇼핑몰(더현대닷컴, H몰닷컴) 실적까지 확장해 빅데이터를 수집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제품별 타깃층을 좀더 구체화하고 집약적으로 마케팅하려는 계획이다. 올 하반기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2월에는 서울 현대백화점 여의도 파크원에 무인 스마트스토어를 연다. 아마존 자회사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저스트 워크 아웃' 기술을 도입한 것으로, 고객이 매장에서 구입하려는 물건을 집어든 뒤 밖으로 걸어 나가면 자동으로 결제되는 방식이다.
현대백화점 대구점은 지난해 코로나19 유행에 대응해 '드라이브 스루 픽업', '패션·화장품 전화주문' 등 새로운 마케팅을 도입한 바 있다.
올해는 점포 내 휴게공간을 확장, 고객이 휴식 중 타인과 접촉할 가능성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5층 매장 공간을 줄이는 대신 휴게공간을 늘리고, 옥상 하늘정원의 노후 설비를 보수·교체하는 등 대대적으로 리뉴얼한다.
최장훈 대구백화점 홍보팀장은 "오프라인 위주일 때는 지역 백화점의 모객 한계가 컸으나 온라인 소비가 강화되고는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소비자를 좀더 밀접하게 만나뵐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른 소비자 편의 역시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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