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설 명절 시댁 가지 말라는데"…방역 vs 시댁, 며느리들 속앓이

5명 이상 금지 조치에 방문 고민…명절 분위기 사실상 실종
"차라리 속 편하게…" 귀성 찬성도

지난 24일 오후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에서 성묘객들이 조상의 묘를 찾아 성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4일 오후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에서 성묘객들이 조상의 묘를 찾아 성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말을 들어야 하나요, 아니면 시댁을 따라야 하나요?"

오는 설 연휴에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가 이어지면서 설 차례 준비를 해야 하는 며느리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5인 이상 모임을 갖지 말라'는 정부 방침과 '고향에 오라'는 시댁과 친정 사이에 끼어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1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현행 거리두기와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는 설 연휴가 끝나는 14일까지 이어진다.

정부 방침에 따라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 설 연휴에도 이동 자제를 거스르기 어려운 분위기다.

지난해 추석과 달리 오는 설 연휴에는 거주지가 다른 가족은 4명까지만 한자리에 모일 수 있다. 예외 대상은 아동·노인·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한 경우나 임종 가능성이 있어 가족·지인이 모이는 경우다. 위반시 개인당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 때문에 차례, 세배 등 명절 가족모임을 준비해야 하는 며느리들은 귀성 여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정부 방침을 따르면 가족·친지들과 실랑이를 해야 하는 등 시댁에 미운 털이 박힐 수 있고, 귀성을 하게 되면 혹시 코로나19에 걸릴 수도 있어 겁이 나기 때문이다.

대구 수성구 지산동에 사는 A(42) 씨는 "당장 우리 식구만 6명이어서 시댁 어른들까지 합치면 8명이 한자리에 모인다. 하지만 시댁에서 아직 오지 말라는 말씀이 없으신 것을 보니 손주들을 기다리고 계신 것 같다"며 "나서서 싫은 소리를 할 바에야 속 편하게 찾아뵐 생각"이라고 했다.

B(35) 씨도 "혹시 코로나19 감염이 될까 무섭지만 어른들이 설에 오지 말라는 소리를 안 하셔서 가야 할 것 같다"면서 "정부가 아무리 5인 이상 모임을 갖지 말고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해도 명절인데 시댁에 안 가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주부들이 모이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정부의 방역지침이 나온 이후 "이번 설 명절에 5명이 넘어도 고향에 가도 되나"는 게시물이 수십 건 올라와 있다. 심지어 일부 회원들은 "시댁 방문하면서 서로 신고하자"는 농담도 주고받았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금까지 시민들의 참여방역으로 안정적인 코로나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설 연휴 이동과 모임을 자제해 감염 확산을 막는 데 동참해주실 것을 당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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