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의 전체 교인 명단 제출 요구에 신천지 대구교회가 일부 교인을 제외하고 제공한 것은 역학조사 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김상윤)는 3일 대구시의 전체 교인 명단 제출 요구에 일부를 고의로 누락한 혐의(감염병예방법 위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재판에 넘겨진 신천지 대구교회 지파장 A씨 등 간부 8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대구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해 2월 20일 전체 교인명단을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고 신원 노출을 꺼리는 133명을 제외한 명단을 방역당국에 제출한 혐의로 지난해 7월 기소됐다.
법원은 대구시의 교인 명단 제출 요구는 법에서 정한 역학조사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체 교인 명단 제출 요구는 감염병예방법에서 정한 설문조사, 면접조사 등 역학조사 방법 중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방역당국이 보낸 공문 제목도 '역학조사를 위한 자료 요청'이라고 작성된 바 있다"며 "명단 제출 요구는 역학조사 그 자체가 아닌 역학조사 전 단계에서 실시하는 '사전 준비행위'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이들이 방역당국의 구체적 직무를 방해한 사실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방역 활동이 지연됐다는 등 역학조사에 관한 구체적 직무 집행이 방해됐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정보제공 요청에 따르지 않았을 때 형사처벌하는 규정은 이 사건 이후인 지난해 9월 신설됐으므로 피고인들에게 소급 적용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명단에서 누락된 인원을 아예 제외한 것이 아니라 차후에 제출하기로 하고 일단 보류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번 판결이 국민의 법 감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대구 동구 공산동 주민 이모(65) 씨는 "신천지 교회가 방역당국의 자료 요청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아 대구시가 코로나19 확산 초반 곤란을 겪은 것은 사실"이라며 "검찰이 항소를 해서라도 끝까지 이들의 책임을 물었으면 한다"고 했다.
한편, 대구시는 형사 재판 결과가 신천지 교회에 별도로 제기한 1천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민사 소송은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법원이 신천지 교회 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를 받아준 점은 대구시에 유리한 정황으로 보고 있다"며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앞으로도 시민들이 피해를 입은 부분을 계속 찾아내겠다"고 전했다.
대구시 소송대리인단 소속 강수영 변호사는 "민사 소송에서는 '명단 제출'이 부수적인 쟁점이다. 이번 판결에서 신천지 대구교회의 잘못이 사실로 인정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고 본다"며 "31번 확진자 발생 후 교회가 폐쇄된 상황에 신천지 대구교회는 이를 교인들에게 알리지 않고 '야외활동을 하라'는 지시를 내려 코로나19 확산에 원인 제공을 한 점이 민사 소송의 주요 쟁점이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