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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미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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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의사소통과 표현의 도구인 언어는 집단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데도 널리 쓰인다. DNA가 대물림되듯 음성 기호는 상호 동질성과 문화적 동류의식을 가름하는 데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부색이 그렇듯 언어가 때로 편견과 갈등의 불씨가 되고 차별과 구분의 상징이 된다. 이런 비틀린 의식은 서구 사회에서 두드러지는데 영어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인식이 또 다른 오만과 편견을 낳고 있는 것이다. 영어가 다민족·다문화 사회인 미국을 유지하는 주요 매개라는 점에서 그 의미 부여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친 '영어 우선주의'는 다양성과 확장성을 해치는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생각해 볼 문제다.

지난해 1월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기생충'으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은 "1인치 남짓한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언어에 얽매이지 않고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면 넓은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는 권고였다. 하지만 골든글로브는 그 충고에 대해 납득은 하면서도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영어 우선주의는 영화 '미나리'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선댄스영화제 등 각종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이 작품은 올해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영어 대사가 50%가 안 된다는 이유로 작품상 등 주요 부문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이다. '미나리'로 20관왕 기록을 세운 윤여정의 이름도 연기상 후보에는 없었다. 뉴욕타임스와 버라이어티 등 주요 언론 매체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결과" "중대한 실수"라며 입을 모았다.

'미나리'는 감독과 제작자, 자본 모두 미국산인 미국 영화다. 그런데도 골든글로브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자부하는 영어의 틀에 갇혀 스스로 '로컬'임을 자인한 꼴이다. 가장 근원적인 표현의 장르인 언어가 인간을 표현하는 영화라는 장르를 홀대한 것이다. 언어의 벽을 넘어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이해하려는 노력은 그들이 선택할 몫이다. 봉준호의 영화가 '아카데미의 DNA'를 혁신했듯 다양한 언어로 표현된 좋은 영화는 영어보다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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