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리안갤러리 대구점 릭 프롤 'Cracked Window'전

릭 프롤 작
릭 프롤 작 'S.O.S' 캔버스 위 아크릴.
릭 프롤 작
릭 프롤 작 'Simple Art' 유화 (1983년)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확 들어온 대형 그림 하나는 어두운 밤 이상한 형상의 사람이 자전거를 탄 모습이다. 이어진 그림들도 하나같이 기괴하고 침울한 도시의 풍경을 배경으로 목이나 몸에 칼이 꽂힌 모습이거나, 깨진 병을 들고 있는 인물들의 그로테스크한 형상이다.

리안갤러리 대구가 '기이한 회화'의 대가로 불리는 릭 프롤(Rick Prol, 1958~)의 첫 번째 개인전 'Cracked Window'(깨진 창문)전을 열고 있다.

릭 프롤은 뉴욕 이스트 빌리지 미술계가 부상하던 1980년대 장 미셸 바스키아, 키스 해링 등과 활동하며 실험적 예술 공동체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용, 도시 생활의 고통을 만화처럼 표현하며 뉴욕 변방인의 모습을 흔들거리는 인물이나 깨진 창문 등을 통해 도시의 비참한 현실을 펑크(Punk)적 감성을 담아 그려냈다.

프롤의 작품에 등장하는 깡마르지만 강한 에너지를 내뿜는 인물은 작가의 내면 상태를 반영하고 있다. 그는 칼에 찔려 비틀거리고 상처 입은 자들이 서성이는 도시를 배경으로 공포스러운 장면들을 통해 인간의 타락과 도시의 붕괴상태를 고발한다.

또 하나, 프롤의 작품을 눈여겨보면 그의 작업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오브제가 있다. 전시 제목 '깨진 창문'에서 보듯 작가는 뉴욕 곳곳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창문 틀과 깨진 유리창을 작품의 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덧붙여 감옥 창살이나 떠다니는 아이스크림 콘 같은 요소들은 폭력이 임박했거나 이미 발생했음을 알려주는 긴장감을 자아내며 암울한 현실 상황을 관객들에게 일깨워준다.

1980년대 회화 작품 14점을 선보이는 이번 프롤의 전시는 뉴욕에 살지 않았던 사람에게는 다소 충격적이지만 사실은 당시 실직과 범죄로 가득했던 뉴욕의 도시상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들로 테러와 폭력에 대한 인간 내면의 잔혹함을 들여다보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전시는 6월 26일(토)까지. 053)424-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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