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식 잘되게 해준다" 위패 판매…'유사 포교원' 주의보

노래교실·생필품으로 접근…위패 모시기 요구, 1개당 수백만원까지 챙겨
단기로 시설 임대해 절 차린 뒤, 지역 어르신 모아 포교 활동
허가시설 아니라 단속 한계…조계종 "해당 방식 포교 안해"

대구의 한 유사포교원에서 어르신들이 앉아 강의를 듣고 있다. 독자 제공
대구의 한 유사포교원에서 어르신들이 앉아 강의를 듣고 있다. 독자 제공

A(32) 씨는 얼마 전 어머니 앞으로 걸려온 전화를 엿듣다 깜짝 놀랐다. 어머니가 평소 다니던 절에서 "200만원의 미납금이 있다"며 입금을 요구한 것이다. A씨는 어머니가 그동안 대구 남구의 한 '유사 포교원'을 다니면서 '자식의 앞길이 잘되게 해준다'는 포교사의 말을 듣고 1천만원 가량을 주고 위패를 모신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A씨는 해당 절에 환불을 요청했지만 '안 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A씨는 "어머니가 다니는 포교원을 따라가보니 포교사가 어르신들을 모셔놓고 법문 읽기나 노래 부르기, 손 체조 등을 하면서 라면과 생필품을 팔고 있었다. '자식 잘되게 해준다'는 식으로 부추겨 1천만원까지 요구하는 것은 사기나 다름없다"고 했다.

최근 대구에서 유사 포교원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지만 종교 행위라는 이유로 단속이나 제재할 방법은 마땅히 없다. 일명 '떴다방 포교원'으로 불리는 유사 포교원은 남구와 수성구 등지의 단기 임대 건물을 사찰처럼 만든 뒤 어르신을 모아 법문 강의나 노래 교실 등을 하며 생필품을 파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들이 '자식의 앞날이 잘 풀리도록 절에 위패를 모셔주겠다'며 신도들에게 수백만원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보통 절에 위패를 모시는 경우 1년에 30만원정도 든다는 일부 불교 신도들의 증언에 비춰보면 터무니없이 큰 금액이다.

지난 2019년 경북 예천군에서도 유사 포교원이 노인과 부녀자 등을 상대로 생필품을 무료로 나눠주거나 저가로 파는 수법으로 환심을 산 뒤 위패, 연등, 원불(작은불상)을 개당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판매해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선 바 있다.

하지만 단속과 제재는 쉽지 않다. 종교시설이라서 허가를 받지 않고, 단기 임대 시설을 빌려 금새 생겼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파악조차 어렵다. 일부 절은 유사 포교원과 협약을 맺기도 한다. 다만 대한불교조계종은 해당 포교 방식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자녀가 속상한 입장은 이해하지만 범죄혐의가 있는 게 아니다. 포교활동을 내세워 제재할 방법이 없고, 허가시설도 아니어서 시청이나 구청이 일일이 파악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남구의 한 유사 포교원 측은 "불상을 모시는 인법당(큰 법당이 없는 절에서 승려가 거처하는 방에 불상을 모신 집)이며 포교사 자격증을 따고 사찰과 협약을 맺어 활동을 한다"며 "위패나 공덕패 역시 신도들에게 강요하는 게 아니다. 판매하는 생필품 역시 시주한 분들에 대한 답례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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