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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청년 이준석 그리고 노무현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 후보, 故(고) 노무현 전 대통령.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 후보, 故(고) 노무현 전 대통령. 연합뉴스
이재협 편집국 부국장
이재협 편집국 부국장

이준석 돌풍이 거세다. 아니 돌풍을 넘어 초강력 태풍 수준이다. 국회의원 경력이 없는 0선이 야당 대표 경선에서 다선 중진 후보를 큰 격차로 앞서기 때문이다.

정치 뉴스 중심에 '이준석'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민주당에 밀려 멸당 위기까지 몰리며 '죽만 쑤던' 야당의 입장에서는 지난 보궐선거에 이어 전당대회까지 이 후보의 등장으로 모처럼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 특히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 후보에 대해 사뭇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지지층은 존재감 없던 국민의힘이 이 후보를 앞세운 '변화'와 '혁신'의 아이콘으로 대권 재창출까지 희망을 갖게 됐다며 들뜬 분위기다. 반면 이준석의 존재가 한때의 '바람' 또는 '신기루'에 그칠 것이라며 애써 폄하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36세 '청년 이준석'이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출 결과를 떠나 1년도 남지 않은 대선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국민의힘 당 대표 유세를 보면 이준석의 존재감은 더욱 두드러진다. 여야 중진들의 입에서 이 후보를 '히틀러' '트럼프'에 비유하는 말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기성 정치인들의 당혹감이 묻어난다.

경선 경쟁자인 나경원, 주호영 의원도 이준석에 대해 연일 화력을 집중하지만 효과는 크지 않은 모습이다. 상대 후보들의 견제구는 '유승민 프레임'이 전부인 것 같다. '아버지가 유승민 친구' '유승민 전 의원 인턴 출신'이라며 '유승민계'를 강조하지만 크게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만약 당 대표가 되면 여당은 36세 야당 대표에 대해 '멘붕 수준'의 당혹감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이 가진 힘은 무엇일까. 그는 중고 신인이다. 아직 젊은 나이지만 10년 전 20대 중반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추천을 받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당시도 화제였다. 하버드대 출신이지만 25세 무명의 청년이 중앙당 비대위원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당시로 보면 이준석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유승민 전 의원의 후광을 업은 정치 신인이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이준석은 분명 달라진 모습이다. '이준석의 정치'를 하고 있다. 현재 이 후보는 40세가 안 됐기 때문에 대통령 피선거권조차 없다. 하지만 본인의 말처럼 '엄청난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유력한 대선 후보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을 지켜보면 결은 다르지만 개인적 견해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유사점이 있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패기'와 '당당함'이다. 현재 이 후보가 조직 없이 당 대표 선거를 하듯, 민주당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던 노 전 대통령도 홀로서기를 통해 당당히 대선 후보가 됐다. 노 전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추천으로 정치 입문을 했지만 이후 '노무현의 정치'를 했고 이 후보도 비슷한 모습이다.

다른 점은 노 전 대통령은 가슴을 울리는 '감성'의 정치를 했다면, 이 후보는 젊은 나이 때문인지 지나칠 정도로 '이성'에 의존한 정치를 한다는 점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586세대'가 정치권을 장악하고 있고 뚜렷한 40대 기수가 없는 것이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30대 중반에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청년 이준석'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까, 사뭇 궁금하다. 역동적 면에서 전 세계에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인 한국 정치가 다시 이준석의 등장으로 꿈틀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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