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예산 없다, 6·25 참전 유공자들 약값 지원 않는 정부

6·25전쟁 등에 참전해 나라를 지켰던 호국 용사들이 정부로부터 약값을 제대로 지원받지 못한다고 한다.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모든 분들을 끝까지 기억하고 책임지겠다"는 정부의 호국보훈의 달 담화문을 무색게 하는 소식이다.

전국의 참전 유공자는 26만1천360명이다. 대부분이 80, 90대 고령인 유공자들은 질병에 시달려 약값으로만 한 달에 수십만 원씩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유공자들이 전국 6곳뿐인 보훈병원에 가면 국가로부터 진료비의 90%, 약제비는 최대 전액을 지원받지만 거동이 불편한 이들이 많아 혜택을 보기가 어렵다. 참전 용사들이 많이 이용하는 전국 421곳의 민간 위탁 병원을 이용하면 진료비만 90% 지원될 뿐 약값은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매월 나오는 34만 원의 참전 명예수당이 대부분 약값으로 나간다고 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19년 국가보훈처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지만 2년이 지나도록 고쳐지지 않고 있다. 2019년엔 이미 내년도 예산안이 확정돼 있어 예산이 반영되지 못했고, 작년엔 예산안에 반영해 기획재정부에 제출했지만 예산 부족을 이유로 최종 예산안에서 빠졌다는 것이다.

참전 유공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위탁 병원까지 약제비를 지원한다고 해도 연간 소요 예산이 70억~110억 원 수준이다. 올해 정부 예산이 558조 원이나 되는 마당에 예산 부족을 이유로 참전 유공자들의 약제비를 지원하지 못한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 보훈처와 기재부는 도대체 뭐 하는 곳인가. 참전 유공자들은 매년 2만여 명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이 정부로부터 약값을 지원받지 못해 고통에 시달리도록 방치하는 국가를 제대로 된 나라라고 할 수 없다. 표를 얻으려 조(兆) 단위로 예산을 펑펑 쓰면서 예산이 없다며 100억 원 안팎의 참전 유공자 약제비를 편성 안 하는 것은 변명일 뿐이다. 문재인 정부는 독립·민주화 유공자에 비해 호국 유공자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홀대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정부는 신속히 예산을 편성해 참전 유공자들에게 약제비를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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