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사실을 토대로 현재를 바르게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한다. 그게 우리가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이자 의미다. 특히 6월엔 그 얘기가 더욱 와닿는다. 이달이 '호국보훈의 달'이어서다. 보훈은 '공훈에 보답하다'는 의미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의 공훈을 되새기고 보답하는 달이 6월이다.
이달 말까지 여러 기관 단체가 다양한 추모 행사를 진행한다. 대구시교육청도 호국보훈 교육에 많은 신경을 쏟고 있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순국선열', '호국영령'의 의미를 잘 모른다는 현장 의견을 토대로 호국보훈의 의미를 배우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실천 방안까지 고민해 추진 중이다.
◆생생한 6·25 이야기가 주는 울림

"이게 내 생애 마지막 얘기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나는 6·25전쟁이 나기 전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다 전쟁이 일어나자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국군에 입대, 북한 공산군과 치열하게 전투를 했습니다. 특히 강원도 38선 부근에서 정말 치열하게 싸웠지요."
이달 초 대구 천내초등학교(교장 최성식)을 찾은 6·25전쟁 참전용사 이효원 옹은 이렇게 입을 열었다.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더 좋았겠지만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이 옹이 방송실에서 마이크를 잡았고, 학생들은 교실에서 TV를 통해 그 얘기를 들었다.
수많은 북한군 탱크를 막기 위해 석유병을 든 채 온몸으로 막다 세상을 뜬 용사들의 이야기, 밤낮으로 고지의 주인이 바뀔 만큼 치열했던 중부 전선의 전투 이야기가 학생들과 마주했다. 피난민들을 태우기 위해 무기를 버리고 피난민들을 태운 수송선 이야기, 유엔군이 참전하는 등 여러 나라가 우릴 도운 이야기도 학생들에게 감명을 줬다.
이효원 옹은 "이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나라의 귀중함을 더 깊이 깨닫기를 바란다"며 "다시는 이런 동족상잔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더욱 열심히 공부해 부강한 나라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어려움을 겪는 나라들을 도와줄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대구공업고등학교(교장 송우용)은 21~25일 학도의용군을 조명하는 시간을 갖는다. 6·25전쟁 당시 학생 신분으로 참전했던 분들을 기리며 관련 수업을 진행한다. 대구시교육청이 제공하는 영상물 '잊혀진 영웅들, 학도의용군을 찾아서'를 교재로 활용한다.
이번 수업에선 교과서를 통해 6·25전쟁의 발생 원인과 경과 등을 이해하고, 영상물을 활용해 학도의용군의 참전 계기와 활약상 등을 학습한다. 이어 교내에 자리한 6·25 학도의용군 기념탑을 참배할 계획이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6·25전쟁에 참가한 학도의용군 수는 대략 2만7천700여명으로 추산된다. 대구에선 2천여명이 참전해 19개교, 150여명이 전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경북중(현 경북고)에서 53명, 대구농림고(현 대구농업마이스터고)에서 30명, 대구상업중(현 대구상원고)에서 21명이 희생됐다. 대구공고의 전신인 대구공업중에서도 12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시교육청이 제공한 영상물 속에 등장한 이동기 옹은 대구공고 학생들의 선배. 대구공업중 3학년에 재학 중이던 16살 때 학도의용군으로 자원 입대, 유격대로 활동하면서 인천상륙작전을 위한 교란 작전이었던 장사리상륙작전에 참여했다.

◆희생·헌신을 기억하고, 감사하고, 전한다
호국보훈 교육이 일회성에 그치면 그 의미가 퇴색하고, 효과도 반감된다. 프로그램을 다양화하는 건 좋지만 일정한 체계를 갖춰야 한다. 학생들의 눈높이도 고려해야 한다. 시교육청은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이들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며, 미래 세대에 그 내용과 의미를 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시교육청이 호국보훈 교육을 실천하는 첫 단계로 꼽는 건 '기억하기'다. '기억과 감사의 보훈액자' 만들기 활동도 그 과정 중 하나. 성당중학교 미술동아리 학생들이 국가유공자 20여명의 초상화를 그리고 감사 편지를 써 액자에 담은 것이다. 6월 한 달 동안 시교육청 동관 1층 로비에 전시하고 있다.
'학도의용군 기록 유산' 제작 사업은 6·25전쟁 당시 학생 신분으로 전장에 나갔던 고령의 학도의용군 세 분을 찾아 생생한 기억을 구전 기록으로 남긴 것. 어르신들의 전쟁 참전 계기와 긴박했던 당시 상황 등이 담겼다.
호국보훈을 실천하는 두 번째 단계는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것'이다. '감사꾸러미'는 학도의용군으로 참전했던 어르신들에게 건강식품과 마스크,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의 손편지 등으로 구성된 선물상자. 각 학교 동창회 등 여러 경로로 수소문해 연락이 닿은 학도의용군 출신 어르신 7명(유족 1명 포함)에게 이 꾸러미를 전했다.

'국가유공자 명패 달아드리기'는 강 교육감이 박신한 대구지방보훈청장과 함께 국가유공자를 찾아 명패를 달아주고 감사 선물을 전하는 프로그램. 7일 이들은 고(故) 구연주 옹 유족의 자택을 방문, 명패를 달아주고 위문품을 전달했다.
'미래 세대에 전하기'가 호국보훈 실천의 세 번째 단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런 내용을 학생들에게 가르쳐 후세에 전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잊혀져선 안되는 역사를 대를 이어 전할 수 있게 교육하는 과정이다.
시교육청이 제작한 교육 영상엔 강 교육감이 직접 출연한다. 영상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의미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해 호국보훈의 달과 그 의미, 우리 지역의 호국 영웅, 우리 지역의 현충 시설, 태극기 게양 방법 등 학생들의 사전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구성됐다. 순국선열, 호국영령에 대해 학생들이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한 부분도 들어가 있다.
강은희 교육감은 "학도의용군 어르신의 인터뷰 기록을 교육용 영상과 수업에 사용할 수 있게 학생용 워크북으로 제작해 학교 현장에 보급하기도 했다"며 "관련 기관들과 협력해 학생들이 호국보훈의 의미를 되새기고 실천할 수 있도록 잘 가르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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