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립 20시간, 산소통 용량 50분…"궂은 일 도맡아 온 대장, 살아만 있었으면"

18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의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초기 진화 작업에 투입된 구조대장의 생사가 20시간 넘게 확인되지 않고 있어 동료들의 애타는 마음이 커지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17일 오전 5시 20분쯤 경기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지하 2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약 2시간 40분 만에 큰 불길을 잡았지만 이날 오전 11시 50분쯤 불길이 다시 거세게 치솟았다.

소방당국은 지하 2층 물품 창고 내 선반 위에 쌓여 있던 가연물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잔불이 순식간에 퍼져나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모(53) 경기 광주소방서 119구조대장 소방경이 지하 2층에 진입했다가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실종됐다. 당시 김 대장은 후배 소방관 4명과 팀을 이뤄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하 2층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길이 거세지자 긴급 탈출 지시를 받은 소방관들은 밖으로 대피했지만, 김 대장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김 대장을 구조하기 위해 건물 내부에 진입대원·구조대원 등을 투입했지만 추가 사고가 우려돼 결국 중단했다. 건물 붕괴 우려가 있는 만큼 화재 진압이 완료되는대로 구조대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실종 당시 김 대장은 50분 정도 숨쉴 수 있는 산소통을 메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장이 평소에도 궂은 일을 도맡아 온 인물로 알려지면서 동료들의 안타까운 마음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는 1994년 고양소방서에서 소방관으로 근무하기 시작해 27년간 하남과 양평, 용인소방서에서 구조대와 예방팀, 화재조사 등을 거쳤다. 지난해 1월부터는 광주소방서 구조대장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슬하에는 20대 아들·딸 남매를 두고 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항상 힘든 일을 도맡아하며 솔선수범했다. 산소통을 메고 들어갔지만 시간이 너무 흘러 우리로서도 안타깝고 애가 탄다"며 "기적이 일어나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현재 24시간 넘게 불길이 잡히지 않으면서 물류센터 건물이 뼈대를 드러낸 상황이다. 소방당국은 "건물 내부에 택배 포장에 사용되는 종이 박스와 비닐, 스티커류 등 인화성 물질이 많고 건물 구조가 미로 같아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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