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손님 "갑질로 보일라"-식당주 "1점 테러 곤혹"…'별점 리뷰' 사라지나

새우튀김 사건으로 폐지론 솔솔…네이버 별점 없애기로
정부·국회 구체적 논의 없어 제도 개선 가이드라인만 내놔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골목상권협의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골목상권협의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새우튀김 갑질 방조'한 쿠팡이츠의 불공정약관심사 청구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 게티이미지 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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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다은(31) 씨는 얼마 전 배달음식을 주문했다가 난감한 상황을 맞았다. 폭염 때문인지 갓 배달 온 음식에서 상한 듯한 냄새가 났다. 결국 음식을 먹지도 못한 채 버렸지만 '별점 1점 리뷰'는 쓰지 못했다. 이 씨는 "별점 1점과 그 이유를 쓰면 이를 보고 다른 사람들이 이곳에서 아예 음식을 시키지 않을까 부담스러웠다. 행여 내가 별난 사람으로 오해받을까봐 걱정스럽기도 했다. 별점 제도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플랫폼 자영업자들이 별점에 울고 웃는 시대에 최근 '갑질'한다고 여겨질까봐 정당한 항의성 리뷰조차도 제대로 쓰지 못하겠다는 소비자까지 나오면서 '별점 리뷰' 폐지론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최근 별점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나섰지만, 자영업자·소비자 둘 다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결국 별점 폐지가 방안이라는 것이다.

최근 이런 추세는 거대 IT 플랫폼 업체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17년 넷플릭스가 별점을 폐지한 뒤 '좋아요'와 '싫어요'를 도입했고, 이 수치는 이용자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네이버도 조만간 식당 등 리뷰 시스템에 별점을 없애고 키워드 기반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알 권리'와 '블랙 컨슈머 양산' 사이에서 논란이 된 별점 리뷰는 지금까지 소비자 권리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사실상 방치돼왔다. 하지만 지난달 이른바 '새우튀김 갑질 사건'으로 스트레스를 받던 자영업자가 숨지자 참여연대·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이 자영업자 보호 목소리를 냈다.

이에 정부와 국회는 플랫폼 자영업자 보호 방안을 내놨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리뷰·별점제도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 등 마련 ▷'갑질' 피해사례 신속 구제 ▷악성·별점테러 리뷰를 막기 위한 '정보통신망법' 개정 등의 방안을,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일명 '별점테러금지법'을 발의했다. 그러나 아직 별점 폐지와 관련한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

별점을 줘야 하는 탓에 최근 소비자들은 '정당한 비판'조차도 못하는 분위기다. 안모(24) 씨는 "탕수육을 배달했는데, 심각할 정도로 질기고 딱딱해서 1점 리뷰를 달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준 1점으로 사장이 피해를 볼 수 있어 5점 만점을 준 기억이 있다"고 했다.

되레 별점을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식당 주인 이진호(37) 씨는 "한 사람이 여러 계정으로 작성한 것 같아 보이는 구글 '별점 테러' 리뷰에 곤혹을 치른 적이 있다"며 "아무 말 없이 '1점'만 지속적으로 주고 가서 대응하기도 어려웠다"고 했다. 지난달엔 서울 마포구에서 아파트 경비원에게 갑질했다는 입주민이 알고보니 카페 사장인 것으로 나오자, 온라인 커뮤니티엔 "얘 조만간 폐업하겠네", "평점 테러 갑니다"는 반응이 나왔다. 실제, 해당 업체 구글 평점을 보니 5점 만점에 1.7점이었는데, 리뷰 28개 중 21개는 논란 이후 달린 것으로 모두 최저점인 1점을 받은 것으로 나왔다. 급기야 자영업자들도 별점을 광고대행업체에 의뢰해 조작하는 경우까지 나온다.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사람이 카페 자영업자인 사실로 밝혀지자, 이후 해당 업체에 대부분 1점의 별점을 준 네티즌들. 구글 캡처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사람이 카페 자영업자인 사실로 밝혀지자, 이후 해당 업체에 대부분 1점의 별점을 준 네티즌들. 구글 캡처

전문가들은 자영업자-소비자 사이를 '별점'으로 연결하는 플랫폼 업체들의 사회적 책임 강화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윤재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는 "업체 리뷰는 소비자가 다른 소비자에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이다. 물건을 구매할 때 의사결정에 큰 도움을 준다"며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소비자 보호도 달성할 수 있게끔 결국 플랫폼의 투명하고 신뢰성 있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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