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로피컬(Tropical)은 휴양지의 이미지를 갖춘 기분 좋은 단어이며 어나토미(Anatomy)는 해부학과 장기 적출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지만, 이 두 개의 단어를 합한 트로피카나토미(Tropicanatomy)는 상반된 이미지들이 합쳐져 메디컬 아트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고 있다고 할 수 있죠."
28일 오전 칠곡경북대병원에서는 메디컬 아티스트 박은정(26) 씨가 천(Rug)에 그린 예쁜(?) 심장 그림 기부식이 있었다. 작품명 '트로피카나토미'로 불린 이 그림은 병원 교육관 벽면에 걸릴 예정이다. 아직 국내에선 다소 활성화되지 않은 '메디컬 아트'를 전공하고 있는 박 씨는 올 6월 고려대 보건대학에도 심장과 뇌 그림을 대여한 적이 있다.
메디컬 아트는 의학과 예술의 융합을 꾀하는 새로운 분야로 ▷의학 전문가와 비전문가 사이에서 그림을 통해 의사소통을 돕거나 ▷해부학책, 과학저널, 의학 논문에 시각적 정보를 주기 위한 삽화를 그리거나 ▷법의학에서 부검 결과를 사진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 배심원이나 법조계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를 제작하는 등 그 활용도가 점차 넓어지고 있는 분야이다.
"메디컬 아트는 그 특성상 혐오감을 줄 수 있는 인체의 장기 등을 작품화하는 것으로, 건강 또는 사회적 이익을 위해 우리는 '사실'과 마주해야 할 일이 생깁니다. 이때 혐오감을 주지 않고 그 너머의 진실을 마주 보게 하는 것이 메디컬 아티스트의 소명이라고 할 수 있죠."
박 씨가 메디컬 아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고교 졸업 후 미술 공부를 위해 일본 무사시노미술대학에서 유학(2016~2020년)하던 중 우연히 교양과정 해부학 강의를 듣게 되면서부터이다. 박 씨는 난생처음 실제 해부를 하고 기록하고 사진을 찍었지만 무언가 부족한 면이 있어 이를 그림으로 남겼는데, 이 그림이 호평을 받게 되면서 2019년부터 본격적인 메디컬 아트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림을 공부하면서도 평소 나의 그림이 사회에 어떤 공헌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온 박 씨는 메디컬 아트에서 자신의 길을 발견하게 된 셈이다.
"힘든 투병을 하고 있는 어린이 환자들에게 그림을 통해 자신들의 몸에서 일어나는 질병의 문제점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키워줄 수 있다면 보람 있는 일이 아니겠어요? 병을 두려워하기보다 치료받고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어요."
메디컬 아트의 가장 중요한 점은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소재에 대해 진실을 마주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와 예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그림을 통해 알려주는 것이다. 박 씨는 바로 이 점에서 메디컬 아트를 전공으로 선택했고, 심화 공부를 위해 9월 중 영국 던디대학교 대학원에서 1년 정도의 과정을 밟을 예정이다.
댓글 많은 뉴스
'박정희 기념사업' 조례 폐지안 본회의 부결… 의회 앞에서 찬반 집회도
법원장회의 "법치주의 실현 위해 사법독립 반드시 보장돼야"
李대통령 "한국서 가장 힘센 사람 됐다" 이 말에 환호나온 이유
李대통령 지지율 50%대로 하락…美 구금 여파?
김진태 발언 통제한 李대통령…국힘 "내편 얘기만 듣는 오만·독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