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나무 타일이 머리로 떨어진다. 부엌과 방 안 벽에 뚫린 구멍에선 바퀴벌레가 스멀스멀 기어나와 잠자는 가족을 깨운다. 환기가 안 돼 방 벽지와 바닥에는 시커멓게 곰팡이가 꼈고, 어린 아이들 몸에는 두드러기가 올라온다. 고장난 전등 탓에 손전등을 켜고 화장실을 가야 한다.
선진국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주거빈곤 아동'의 삶이다. 주거빈곤 아동은 법이 정한 최소주거면적, 수도·부엌·화장실 등 필수 설비, 방열·방습·환기·채광·난방시설 등 구조·성능 환경 등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곳에서 거주한다.
한국도시연구소가 2017년 연구한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및 주거빈곤 가구 실태 분석'에 따르면, 대구의 전체 아동가구 중 5.7%인 1만7천188가구가 최저주거기준에 못 미치고, 이곳에서 생활하는 아동은 2만7천519명이었다.
주거빈곤 아동가구 비율은 대구에서 서구와 남구, 중구 등이 10.2~12.2%로 높았다. 이곳은 노후주택이 많은 구도심 지역이다. 반면 수성구는 전체 아동가구 중 주거빈곤이 3.8%로 가장 낮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열악한 환경은 성장기 아이들의 신체질환은 물론 강박증 등 정신건강에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친다. 또 자아 존중감 형성이 안 되거나 가족 간 소통 등을 어렵게 하고, 학업과 친구 관계 맺기에도 악영향을 준다.
지역 차원의 정확한 주거빈곤 아동 실태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구의 상황을 알 수 있는 조사자료는 2017년 진행된 한국도시연구소 연구가 유일하다.
매일신문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대구 아동의 주거빈곤 실태를 살펴보고 개선을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려 한다. 주거빈곤 아동가구를 선정해 집 구조, 가족 형태, 교우 관계 등을 짚었고, 주거빈곤이 아동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서울시와 경기도 등 다른 지역의 아동 주거 지원 정책을 들여다보고, 대구 아동의 주거권리 향상을 도모할 방안을 모색한다.
신현재 대구아동청소년심리발달센터 부원장은 "주거공간이 좁고 자신만의 공간이 없는 경우 가족 간 상호작용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특히 아이들은 '지금 아니면 이거 못해, 뺏겨' 식의 불안감이 커지게 된다"며 "위생적으로 열악하면 벌레 등에 대한 공포증도 생기고, 나아가 우울증과 강박증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 환경 개선이 급하지만 경제적 부담으로 즉시 해결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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