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현실성 없는 분양가 책정에 후분양으로 전환한 아파트 건설사들이 수 십억원을 들인 모델하우스를 허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구 달서구 상인동에 990가구 규모로 들어서는 A건설사 아파트 단지는 지난 달 초 공사 현장 인근에 30억원을 들여 모델하우스 신축을 완료했다.
하지만 해당 업체가 모델하우스 완공 직후 HUG로부터 받아 든 적정 분양가는 3.3㎡당 1천535만원에 그쳤다. 자체 산정한 업체 측 최소 분양가 1천800만원보다 200여만원 낮은 금액이다.
A사는 고민을 거듭하다 급히 후분양으로 선회했다. 현재 대구 등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 분양을 하려면 HUG의 분양가 심사를 통과해 분양보증서를 발급 받아야만 사업을 할 수 있는 반면, 후분양으로 전환하면 자유롭게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다. 후분양으로 돌리고, 자체 산정가보다 3.3㎡당 200만원 더 많은 분양가를 책정하면 가까스로 사업성을 맞출 수 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문제는 이미 건설해 놓은 모델하우스다. 후분양 전환에 따라 모델하우스 오픈은 3~4년 뒤에나 가능하고 이 기간 동안 들어가는 해당 부지 임대료(1천650㎡, 월 임대료 7천만원)만 따져도 건설비를 추월하기 때문이다.
외벽까지 헐어내고 부지를 반환하는 방안과 수십억원의 부지 임대료를 부담하는 방식을 두고 고심하던 업체 측은 일단 내부 시설만이라도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로 결정, 17억원을 들인 내부 시설 해체 작업에 돌입했다.
A사는 최근 대구 반고개역 부근에 들어서는 또다른 단지도 후분양으로 전환했다. 해당 사업장도 모델하우스가 이미 완공돼 있어 수십억원의 모델하우스 건축 비용이 허공에 날아갈 처지에 놓였다.
현재 대구에서만 A사 2개 단지 외에도 4개 단지가 후분양 전환을 검토 중이다. 착공 전부터 후분양을 작정하고 시공에 들어간 단지들도 적지 않다.
후분양으로 전환할 경우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 부담 증가는 불가피하다.
사전 분양대금을 확보하지 못한 사업자는 막대한 금융비용을 떠안게 돼 후분양가를 올려 받을 수 밖에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주택 구입을 위한 잔금 납부 기간이 짧아져 금융 부담이 늘어난다.
후분양으로 전환한 건설사들은 HUG의 획일적 분양가 책정 기준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HUG 분양가 심사 규정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 분양가는 '인근 아파트 매매가'(500m 이내에 있는 준공 20년 미만의 100가구 이상 아파트)의 90%(투기과열지구 85%)를 넘을 수 없다.
이에 따라 500m 안에 신축이 있으면 분양가가 높게 산정되고, 그렇지 않으면 낮게 책정되는 상황이 잇따르고 있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HUG는 신축이 없는 지역에 대해 최근 땅값 상승분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수십년 된 구축 아파트값만을 기준으로 분양가 캡을 씌워 놓고 있다. 지역 특성에 따른 맞춤형 분양가 산정 방식을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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