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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아제르화이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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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비평가 토마스 칼라일은 "영국은 셰익스피어를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1841년에 낸 저서 '영웅숭배론'에 나오는 말이다. 16세기 엘리자베스 1세 시대를 살다가 죽은 지 400년이 넘은 한 극작가의 이름이 여전히 입에 오르내리는 것만 봐도 칼라일의 말이 터무니없는 과장이나 거짓은 아니다.

흔히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인류의 고전'이자 '영어의 보물창고'라고 한다. 그가 남긴 뛰어난 희곡과 소네트는 그가 세계적 문호임을 자랑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또 그는 '감정의 백만장자'이자 '언어의 마술사'로 불린다. 셰익스피어가 작품에 쓴 단어 수는 무려 2만5천여 개로 이 중 그가 발굴해 처음 등장시킨 영어 단어만도 2천 개에 이른다. 인간 내면 심리를 통찰하거나 삶의 희로애락을 묘사하는 데 동원한 이 단어와 표현들은 한마디로 영어의 판도를 바꾼 보석들이다.

코로나19가 가속화한 디지털 시대를 살면서 문득문득 현대인의 언어 생활도 셰익스피어 못지않다는 생각이 든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이 품은 그런 심미적인 아름다움은 아니지만 무릎을 딱 치게 만드는 해학과 풍자, 재기가 묻어 있는 말들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매 순간 기발한 언어의 세계가 펼쳐진다.

가령 'K5는 과학'이라는 표현이나 '치료는 금융 치료가 딱'이라는 말이 좋은 예다. K5 운전자들의 공통된 못된 습관을 과학으로 명제화하거나 부정부패 등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는 엄청난 벌금이나 추징금이 제격이라는 뜻이다. 요즘 커뮤니티 백신접종 후기에 등장한 '아제르화이잔'이란 표현도 재미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의 합성어로 중동의 아제르바이잔에 빗댄 표현인데 '교차접종자'를 뜻하는 신조어다.

석 달째 코로나가 폭증세다. 일각에서는 싱가포르처럼 확진자보다 중증자나 사망자 줄이기에 더 집중하자는 목소리를 낸다. 그나저나 모더나는 '못 오고', 아제는 '남아도는' 마당이다. 별 뜻은 없으나 재치 있는 이런 한마디가 코로나 난리를 잠시 잊는 데 도움이 될지 누가 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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