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아프간)은 '열강의 무덤'으로 불린다. 당대 최강국들이 이 나라에서 줄줄이 쓴맛을 봤다. 6천m 넘는 산악이 정복자를 막아섰고 이슬람 원리주의 게릴라들의 악몽 같은 저항과 맞닥뜨렸다. 칭기즈칸의 몽골도 아프간 때문에 인도 정벌의 꿈을 접었다. 19세기 초 러시아의 중앙아시아 남진 정책을 막겠다며 '그레이트 게임'(Great Game)을 벌인 대영제국도 마찬가지다. 3차례 아프간을 침공해 점령했지만 결국 1919년에 독립을 허용해 줄 수밖에 없었다.
1979년에는 소련이 아프간 늪에 빠졌다. 침략한 뒤 꼭두각시 정권 수립에는 성공했지만 끝 모를 저항을 견디다 못해 10년 만에 퇴각하고 말았다. 소련은 이 전쟁에 870억 달러를 쏟아부었고 군인 5만 명을 잃었다. 아프간 침공이 소련 해체의 방아쇠 역할을 했다는 분석마저 있다.
열강이 세계 최빈국 아프간과 싸워 이길 수는 있다. 하지만 점령군의 목표가 아프간 정상 국가 건설로 바뀌는 순간 악몽 시작이다. 미국도 '아프간 지옥'을 톡톡히 경험했다. 미국이 아프간에 20년 동안 쏟아부은 2조 달러도 허사가 됐다. 미군이 남긴 첨단 무기는 고스란히 탈레반 손으로 넘어가 향후 새로운 골칫거리를 예고하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이 아무것도 건지지 못한 것은 아닐 수 있다. 미국의 아프간 실패를 '팝콘각' 삼아 지켜보던 중국을 다급한 처지로 내모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아프간 국경선은 동쪽으로 길게 삐져나와 중국 신장 위구르와 닿아 있다. '와칸 회랑'이라 불리는 이곳은 영국이 그레이트 게임 당시 러시아의 남진을 견제하기 위해 기형적으로 그려 놓은 국경 지역이다. 중국으로서는 탈레반에 접수된 아프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탈레반과 위구르 분리주의 단체 간의 연대는 중국으로서 생각하기 싫은 시나리오다. 탈레반의 복귀가 신장 위구르 독립 시도에 기름을 붓고 티베트 등 다른 소수 민족에 중국 이탈 동기를 부여할 경우 중국으로선 헬 게이트가 열리는 것과 진배없다. 벌써부터 중국이 탈레반에 회유성 제스처를 보이고 있지만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다. 역사는 돌고 돈다. 중국이 '열강의 무덤' 이슈에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