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드론 띄우고 꾸준히 배우고…청년 농부 꿈꾼다면 지원 사업에 목매지 마세요

드론 활용한 농부 '김일열 씨' 실패 딛고 성공한 '김경호 씨'
"할 일 없으면 농사나 짓지는 옛말" 경북 청년 농부가 들려주는 농업 트렌드

농업용 드론을 활용해 농사를 짓는 청년 농부 김일열 씨가 작업하는 모습. 김영진 기자
농업용 드론을 활용해 농사를 짓는 청년 농부 김일열 씨가 작업하는 모습. 김영진 기자

"할 일 없으면 농사나 짓지는 이제 옛말입니다."

경북지역 청년 농부들은 농사도 꾸준한 공부와 투자가 있어야 성공한다고 입을 모았다. 요즘 농사에는 농지와 농기계 구입비와 시설비 등 도심지에서 식당을 창업하는 것보다 큰 비용이 필요한 일도 있다.

기술 발전에 따라 변화하는 농업 트렌드를 현직 청년 농부에게 직접 들어본다.

◆다양한 농기계 활용한 첨단 농부 '김일열 씨'
경북 안동에서 농사를 짓는 김일열 씨는 농업용 드론 등 첨단 장비를 활용한 농법을 선보이고 있다.

농업용 드론의 활용은 논·밭농사를 짓는 농가에 더 효과적으로 바꾸는 중이다. 1만㎡가량의 밭에 농약이나 비료 등을 살포한다고 가정했을 때 드론을 활용하면 사람이 손으로 일할 때보다 시간이 4배 이상 단축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 씨는 "가뜩이나 농촌 일손이 부족한데 대규모 밭·논 농사를 짓는 기업농이나 대규모 농사는 옛날처럼 사람이 투입되는 방식은 비효율적"이라며 "실제로 10만㎡ 규모의 논에 농약을 살포하는데 드론을 활용하면 4시간 30분 정도가 걸렸는데 사람이 투입돼 작업하면 며칠이 걸려도 다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년 농부 김일열 씨가 트랙터와 연결하는 농기계를 활용해 예전에는 사람이 일일이 수작업을 해야 했던 비닐 멀칭(농작물을 재배할 때 경지토양의 표면을 덮어주는 일) 작업을 손쉽게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청년 농부 김일열 씨가 트랙터와 연결하는 농기계를 활용해 예전에는 사람이 일일이 수작업을 해야 했던 비닐 멀칭(농작물을 재배할 때 경지토양의 표면을 덮어주는 일) 작업을 손쉽게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드론 농법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우수하다. 균일한 속도로 작업이 가능하기에 농약과 비료의 소모가 더 적다. 가장 큰 장점은 농민이 직접 농약이나 비료 등을 접촉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고 인건비를 대거 절약할 수 있다.

이런 장점에도 높은 장비구입비가 가장 큰 단점이다. 드론이나 대형 방제기 등 농업용 장비는 수요가 적어 대당 판매대금이 일반 산업용 장비보다 고가에 속한다. 김 씨가 사용하는 농업용 드론도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제품이지만 2천만원대에 달한다.

또 조작방식과 불가피한 사고로 큰 지출이 발생하기도 한다. 김 씨도 최근 2년 동안 5번의 추락 사고를 겪었다.

그는 드론과 관련한 '무인동력비행장치' 자격증 취득은 물론 꾸준한 공부와 실습을 통해 단점을 극복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아울러 같은 청년 농부들과 정보공유를 위해 안동시 4H 연합회에 가입해 활동 중이고 최근에는 회장직도 역임 중이다.
4H연합회는 지(智·Head), 덕(德·Heart), 노(勞·Hands), 체(體·Health)의 4H 이념에 따라 매년 공동 영농과제를 운영해 농업기술을 공유하고 있다.

김일열 안동시4H연합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침체하자 기본적인 농산물에 대한 소비가 줄어들어 지역 농가에서도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이 때문에 판로개척과 신농법 도입 등 농가에서도 차별화 있는 경쟁력이 필요해 꾸준한 공부와 노력은 필수"라고 했다.

◆실패 딛고 체계적인 공부로 성공한 '김경호 씨'
안동에서 시설작물인 애호박 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김경호 씨는 5년차 청년 농부다.

김 씨의 첫 농사는 식용곤충 분야로 시작됐다. 농업에 대한 꿈을 품고 막연한 기대와 설렘으로 고향 안동으로 돌아와 식용곤충을 재배했는데 결과는 썩 좋지 못했다.

당시 정부에서는 농산물의 생산에서 가공, 유통까지 이어지는 6차 산업에 대한 다양한 사업들을 지원했고 김 씨도 이 지원사업만 믿고 농업에 뛰어들었지만, 현실은 냉정했던 것이다.

안동시 풍천면에서 애호박 농사를 짓는 청년 농부 김경호 씨는 농업을 위해 한국농수산대학 채소학과에 다시 진학하는 등 많은 노력 끝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 사진은 김경호 씨가 자신의 비닐하우스에서 애호박 농사를 짓는 모습. 김영진 기자
안동시 풍천면에서 애호박 농사를 짓는 청년 농부 김경호 씨는 농업을 위해 한국농수산대학 채소학과에 다시 진학하는 등 많은 노력 끝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 사진은 김경호 씨가 자신의 비닐하우스에서 애호박 농사를 짓는 모습. 김영진 기자

기껏 식용곤충을 재배해도 판로를 개척하기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 외부인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사업도 한계가 있었다.

김 씨는 농업을 너무 쉽게 봤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새롭게 공부할 마음을 먹게 됐다. 그래서 그는 전북 전주에 있는 한국농수산대학 채소학과에 입학해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다. 대학에서 3년간 교육을 받으면서 그는 어릴 적부터 가장 많이 접했던 애호박이란 작물을 재배할 마음을 먹었다.

처음에는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시는 부모님 밑에서 농사일을 하나씩 배우기 시작해 경험을 쌓았다. 몇 해 전부터는 조금씩 자금을 모아 인근 토지를 임대하거나 매입했다. 현재 김 씨는 3천500㎡ 부지에서 비닐하우스 4동을 운영 중이다. 체계적인 준비와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본 것이다.

김 씨는 예비 청년 농부들에게 지원사업에 너무 목을 매지 말라는 충고도 했다.

그는 "농사도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일단 시작하게 되면 초기자금이 많이 필요하다"며 "실패를 하게 되면 그만큼 손실이 크기 때문에 실패를 최소화하고 뚜렷한 목표설정을 하고 농업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지원·보조사업만 보고 농사를 하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분야에 막연하게 뛰어들게 되고 꼭 필요한 시설도 아닌데 신청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농업에 뛰어들고 싶으면 농사를 지을 지역에서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을 파악하고 판로와 재배 방식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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