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는 "돈은 바닷물과 같아서 먹을수록 목이 더 마르기 마련이다"고 했고, 마르크스는 "돈은 노동력을 상품화하며 정당한 노동에서 생긴 잉여는 자본축적을 통해 자본가 계급의 탐욕스런 욕망을 위해 전유되고 물화된다"고 말했다.
돈은 세상이 변하는 속도만큼 모양과 쓰임새, 기능과 역할을 바꾸었다. 돈은 '양날의 칼'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를 기다리는 건 높아지는 금리와 물가 상승으로 대표되는 인플레이션이다. 여기에 가속화되는 디지털 화폐 개발과 경제 패권정쟁의 소용돌이와 맞물려 우리 삶을 향한 '돈의 진격'은 더욱 숨 가쁘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책은 이러한 돈의 다양한 얼굴을 꼼꼼하게 탐색하고 있다. 인류가 화폐를 만들어낸 배경부터 물품화폐, 주조화폐, 지폐, 전자화폐, 지역화폐, 암호화폐로 진화해온 돈의 역사, 인간 욕망이 투사된 돈을 두고 빚어진 갖가지 이야기,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 투기 현상과 디지털 화폐의 미래 등을 관련 에피소드를 섞어 명료하게 들려준다.
돈은 순전히 생활의 편리를 위해 탄생했다. 신석기 시대 인류가 떠돌이 삶을 청산하고 정주하면서 자체 조달하기 힘든 생필품을 바깥세상에서 구해 와야 하는 문제가 생기면서 조개껍데기, 화살촉, 동물 뼈처럼 보관과 운반이 쉽고 값나가는 물품을 교환수단으로 사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물품화폐의 등장이다.
시간이 지나면서는 금, 은, 철, 구리 같은 당대 첨단제품을 돈으로 사용했다. 기원전 7세기 리디아 왕국에서 최초의 주조화폐 일렘트럼이 탄생했다. 일렘트럼은 이후 페르시아와 그리스 도시국가들에 전수되며 금화와 은화가 세계적으로 퍼질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했다. 종이돈이 처음 고안된 건 10세기 말 송나라였다. 이것을 원나라 궁정에서 쿠빌라이 칸을 만나고 돌아간 마르코 폴로가 유럽에 알렸지만, 정작 유럽에서 지폐가 등장한 건 그로부터 300년 이상 흐른 17세기 스웨덴에서였다.
20세기 후반에 접어들면 신용카드의 등장으로 돈의 형체는 완전히 달라진다. 모바일 페이가 상거래의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각국은 현금 없는 사회로 가기 위한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21세기 현재엔 만개를 앞둔 디지털 화폐 주도권을 둘러싼 민간기업과 각국 중앙정부,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패권전쟁까지 '돈의 진격'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그 진격에 발맞추지 않으면 돈은 언제나 우리와는 거리가 멀어진다는 사실을 이 책은 알려주고 있다. 340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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