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백신부작용의심센터

이호준 신문국 국장석 부장
이호준 신문국 국장석 부장

백신은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등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의약품이다. 병원체를 인위적으로 약하게 만들어 주사하면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항체를 형성해 바이러스 등에 대한 면역력을 갖게 한다. 한마디로 '살려고 맞는' 게 백신이다.

그런데 백신을 맞고 숨지거나 심각한 부작용을 겪는 경우가 빈발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부작용 없는 백신은 없겠지만 부작용이 심각해 공포심을 유발할 정도라면 '살려고 맞지 않는' 해괴한 상황이 벌어진다. 지금 상황이 그렇다. 정부는 코로나 백신과 이상 반응 관련 인과성에 대해선 미지근하게 대응하면서 무조건 백신을 맞으라고 강권만 하고 있다.

심한 이상 반응 사례가 나타날 때마다 기저질환자니, 인과관계가 없다느니 하면서 발을 빼거나 거리를 두고 원인과 책임을 국민 개개인에게 미루려는 정부의 모습은 국민의 불신·불안을 불러온다. 오죽 답답하고 기댈 데, 얘기할 데가 없었으면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하겠는가. 백신을 접종하고 숨진 사례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국민청원이 잇따르는 이유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사람이 많다. '혹시 나도' 하는 두려움 속에 어쩔 수 없이 백신을 접종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1차 접종을 하고도 이상 반응이 더 심한 것으로 알려진 2차 접종을 꺼리는 경우도 적잖다.

특히 20, 30대 젊은 층 사이엔 백신 맞고 죽거나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리느니 차라리 감염돼 잠시 앓고 말거나 무증상으로 모르고 지나가는 게 낫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이들 사이엔 '코로나로 죽는 사람보다 백신 맞고 죽는 사람이 더 많다'는 씁쓸한 얘기도 나돈다.

건강하게 생활하지만 혈압, 간염 등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는 40, 50대 중에선 혹시라도 접종 후 숨지거나 심각한 부작용이 생기면 기저질환자로 분류돼 개죽음 취급 당할 게 뻔하다며 접종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접종 후 이상 반응을 호소하며 불안해하는 접종자들을 상대하는 의료기관들의 응대와 대처도 하나 마나 한 수준이다. 이상 반응 때문에 응급실에 갈 때도 그냥 가면 안 되고 119에 전화해 실려 가야 바로 진료받을 수 있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접종과 검사만으로도 벅찬 보건소나 병·의원에 부작용 의심 사례 응대나 응급 조치 등까지 요구하는 건 무리다.

효율적인 이상 반응 대응을 위해선 무엇보다 접종 후 증상별 검사 및 대처 등 구체적이고 일목요연한 매뉴얼이 필요하다. 특히 백신 접종에 취약한 특정 기저질환들이 있다면 이들에겐 접종을 강권하지 않거나 위험군으로 지정해 예후에 대해 관찰하는 등 별도 대응을 할 필요도 있다.

2차 접종률이 50%를 넘어섰고, 더욱 신경 써야 할 청소년·임신부를 대상으로 한 접종을 앞두고 있는 만큼 무조건 접종률을 더 높이는 것보다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코로나예방접종센터나 선별진료·검사소처럼 부작용의심센터를 설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상 반응 호소자들이 망설이거나 헤매지 않고 곧바로 제대로 된 매뉴얼에 따라 현실성 있는 진료나 상담, 응급 조치, 검사, 치료 등을 받을 수 있도록 말이다. 전문 의료진을 배치해 현실적인 상담과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해 골든타임을 확보해야 한다.

늦은 감은 있지만 부작용의심센터를 통한 상황별, 단계별 대응으로 접종자들에게 신뢰와 안정감을 주고, 발 빠른 대처로 소중한 생명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리는 것이 백신 접종을 강권하는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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