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새 원전 건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고,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소형모듈원전(SMR) 역시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음을 지적하며 당장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재생에너지의 확대, 기존 원전의 설계수명 연장과 안전성 강화를 통한 활용을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해석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 시절의 '탈원전 정책'이 다시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가 있다. 반면 글로벌 에너지 지형 변화와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고려한 현실적 선택이라는 평가도 있다.
분명한 것은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초 올 하반기 예정됐던 신규 원전 입지 공모도 국민 공론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또 한국 원전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국 원전 산업의 명실상부한 심장부인 경북은 원전 정책 변화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민감하다. 한국수력원자력 본사가 경주에 있다. 가동 중인 전국 원전(26기) 가운데 절반이 울진과 경주에 밀집해 있다. 이들 원전은 단순한 전력 공급을 넘어 지역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해 왔다. 원전 건설과 운영을 기반으로 한 수천 개의 협력 기업과 용역업체, 관련 연구소 등은 지역 경제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통령의 발언으로 신규 원전 건설에 제동이 걸릴 경우 경북 원전산업의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전 건설 축소는 원전 관련 일자리 감소, 중소 협력업체 매출 감소, 지역 세수 감소 등 지역 경제에 직접적인 충격이 불가피하다.
또한 30년 설계수명에 따라 운영 허가 만료를 1~4년 정도 앞둔 경주 월성원전 2·3·4호기와 울진 한울원전 1·2호기의 10년 계속 운전도 공론화 이후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 경주시가 추진 중인 SMR 국가산단 사업과 SMR 제작지원센터 등 관련 사업의 연기 또는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에너지 정책은 국가의 미래와 직결되는 문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탈원전, 친원전의 진영 싸움을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국가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이라는 거대 목표 속에서 합리적인 해법을 찾는 것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대통령의 원전 관련 발언으로 정책 기조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경북도와 관련 기업 등은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과 안전성 강화를 새로운 기회로 삼아 이 분야에 발 빠르게 대응한다면 새로운 일감과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 축적된 원전 건설 경험을 바탕으로 원전 해체 산업을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또 재생에너지와의 융합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경북은 동해안의 해상풍력 자원, 포항의 수소산업, 경주의 에너지 연구 인프라 등 풍부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원전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허브를 융합 에너지 클러스터로 발전시킨다면 경북은 에너지 전환 시대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정책 변화의 충격을 완화하려면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원전 안전·해체·재생에너지 분야로 기업들이 다각화할 수 있도록 금융·세제 혜택과 연구개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기업이 긴밀히 협력해 관련 산업의 연착륙을 이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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