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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법 개혁 논의에 사법부 참여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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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가 침묵(沈默)을 깨고 여당이 밀어붙이는 사법 개혁안에 우려를 표명했다. 전국법원장회의는 "법치주의 실현을 위해 사법권 독립은 반드시 보장돼야 하며, 사법 개혁 논의에 사법부 참여는 필수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공개 석상(公開席上)에서 '사법부 독립'의 원칙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사법부를 배제한 채 사법 개혁 법안을 추석 전에 통과시켜려는 데 대한 반발이다.

법원장들은 '대법관 증원(增員)'과 '법관평가위원회 도입'을 집중적으로 성토했다.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늘리겠다는 여당 법안에 대해 "대법관보다는 사실심(1·2심)에 대한 인적·물적 지원이 선행돼야 하며, 대법관 증원은 4명 정도 소규모 증원이 적당하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국회와 변호사협회 등이 추천한 외부 인사가 법관을 평가하는 제도에 대해선 "재판의 독립성을 해치고 위헌(違憲) 소지가 있다"는 반대 의견이 제기됐다. 정권에 편향된 사람들이 평가위원회를 장악해 판결의 호불호(好不好)에 따라 판사들을 평가하면, 어떤 판사가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소신껏 재판할 수 있겠는가. '정치 재판' '여론 재판'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제도다.

내란특별재판부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이날 회의에선 "사건 배당이나 사무 분담은 헌법에 규정된 사법부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외부인이 재판부 구성에 관여하는 것은 위헌"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도 성명을 통해 "내란특별재판부는 민주 헌정(憲政)을 파괴하는 위헌적 발상"이라며 "입법권이 헌법에 위반하는 법률도 제정할 수 있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은 아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게 무슨 위헌이냐.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속에서 판단하는 것"이란 이재명 대통령의 입장을 전면 반박한 것이다. 국회가 사건 배당에 관여하는 것은 '국민에게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 헌법 27조에 대한 침해'라는 게 학계의 다수설(多數說)이다.

민주당 독단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법 개혁과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는 '사법부 장악용'이란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두 사안은 각각 대법원이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破棄還送)한 직후, 한덕수 전 총리에 대한 영장 기각 이후 본격 제기됐기 때문이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을 내렸던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내란 재판에서 배제하면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철회할 수도 있다고도 했다. 민주당의 저의(底意)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은 발언이었다. 판사의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법원·판사를 겁박(劫迫)하고, '개혁'이란 구호 아래 사법 체계를 마음대로 뜯어고치겠다는 발상은 삼권분립(三權分立)과 법치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사법부를 배제한 개혁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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