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 명이 글 쓰고 댓글 달고…자아 분열 왜?" 익명게시판 여론 조작 소문 실제였나

글 작성자가 타인을 가장한 채 댓글까지 달아 자아분열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는 한 게시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글 작성자 본인이 익명 댓글도 계속해서 달면서 여론을 형성한다는 '댓글 조작'의혹이 실제로 가능했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카카오가 운영 중인 포털 '다음' 카페 내 익명게시판에서 글 작성자가 작성한 댓글을 확인할 수 있는 '작성자 표기 기능'이 추가되면서다.

지난 6일부터 시행된 '댓글 내 작성자' 표기 기능이 나오자마자 과거 여성 중심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됐던 일부 글에서 댓글이 조작된 사실이 드러났다. 다음 카페 곳곳에서 글 작성자가 직접 댓글 수십 개를 달면서 반응을 이끌어내는 모습과 여론 형성을 주도하는 모습이 그대로 포착된 것.

7일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현 시각 난리 난 여초 카페 익명 게시판 상황'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한 명이 글도 쓰고 댓글도 달고 이게 바로 정신분열임"이라며 "익명게시판 대부분이 이런 방식이다"며 여러 장의 사진을 첨부했다.

한 누리꾼은 회사 남성 상사의 험담을 늘어놓고 직접 댓글로 수십 개의 분노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자신을 버리고 보육원에 맡긴 엄마를 이제는 용서한다'는 내용의 글을 쓴 작성자는 다른 누리꾼을 가장해 스스로를 위로하고 '대견하다'는 댓글 수십 개를 쓰고 그 뒤에 답 댓글을 적는 모습까지 보였다.

'여기 익명인데 솔직히 여시들 다니는 대학교 이름을 공개하자'고 글을 작성한 한 누리꾼은 댓글이 달리지 않자 본인이 직접 댓글에 대학교 이름 수십 개를 적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회사축제에서 일어난 경험을 알린 글에 글 작성자가 댓글을 달고 호응을 주도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회사축제에서 일어난 경험을 알린 글에 글 작성자가 댓글을 달고 호응을 주도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앞서 다음은 익명 게시판에 악성 댓글을 달거나 뜬소문을 퍼트리는 일이 종종 발생해 방치 차원에서 기능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다음에 따르면 익명 게시판에는 댓글에 작성자 표시 기능이 없어 자신이 쓴 글에 다른 사람인 척 댓글을 달아도 이를 확인하기가 어렵다.

네이버나 다음 포털 뉴스에서 연예·스포츠 뉴스 댓글 기능이 사라지면서 포털 카페 서비스를 찾는 이들이 늘면서 여러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계속해서 제기됐다.

실제 다음 카페 속 익명 게시판에서 '달글(달리는 글)' 게시판이 따로 마련돼 있을 정도로 연예, 스포츠를 넘어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달글은 생활정보, 학교정보, 맛집 정보로도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달글 게시판이 익명성을 무기로 악플을 달거나 루머를 생성하는 등 일부 악플러들에 의해 악용되기 시작하면서 카페는 종종 논란의 진원지가 됐다. 한 예능 프로에서 유기견 관련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인 슈퍼주니어 멤버 김희철은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된 시작점으로 다음카페 여초 커뮤니티 '여성시대'로 꼽으며 고소를 예고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무섭다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도대체 무슨 심리일까", "저 정도면 욕 나오는 걸 넘어 측은하다", "진짜 광기다", "왜 여성 중심 커뮤니티에서만 이런 일이 유독 많을까, 여성의 특징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운영 방침 바뀐 거 신의 한 수네", "불쌍하다" 등의 댓글을 남기며 해당 글을 작성한 이들을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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