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감 접종 기피하는 사람들, "마스크 끼니 감기 안 걸리지 않을까…"

12일부터 만 75세 이상 어르신 무료 독감 접종 시작, 병원 한산해
코로나19로 계속 마스크 써와 감기 안걸려 독감 주사 필요성 못 느껴
사전 예약시스템도 이용하기 번거로워, 지난해 독감 맞고 사망 사례도 겁나

7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이 시작된 12일 오전 대구 시내의 한 의원에서 어르신들이 예방접종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7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이 시작된 12일 오전 대구 시내의 한 의원에서 어르신들이 예방접종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2일 오전 11시쯤 찾은 대구 북구 침산동의 한 내과 병원. 7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무료 독감 예방접종이 처음 시작되는 날이었지만 병원 대기실에는 다섯 명이 전부였다. 이들 중에는 독감을 접종하는 어르신도 있었지만 일반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이들이 더 많았다.

인근에 위치한 재활병원, 소아과 등의 상황도 마찬가지. 병원을 찾는 이들은 많았지만 독감 접종 대신 코로나19 백신 접종이나 단순 진료를 위한 환자들이 대다수였다.

한 내과 관계자는 "오전까지 약 30명의 어르신이 독감 접종을 하러 왔다. 원래 독감 접종 시기엔 병원이 시장바닥처럼 사람으로 바글바글한데 올해는 유독 조용하다"고 말했다.

만 7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독감 무료 예방접종이 시작됐지만 접종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적잖다. 몇 년 간 마스크를 계속 착용해 감기 걱정이 없는 데다 접종 부작용에 대한 걱정도 크다는 이유다.

지난 5일부터 방역당국은 만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무료 독감 예방 접종 사전예약을 받고 12일부터 만 75세 이상 어르신을 시작으로 연령대별로 순차적인 접종을 실시한다.

하지만 대다수 어르신들은 독감 접종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이미 마스크와 한몸이 돼 왔기에 감기 걱정이 크게 없다는 이유다. 질병청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전국 만 75세 어르신 무료 독감 접종 사전 예약률은 8.1%에 그친다.

유모(80) 씨는 "작년엔 코로나 예방 목적으로라도 맞으라고 해서 맞았지만 올해는 백신도 맞았으니 독감 접종을 안 하려고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마스크를 계속 쓰니 지난 2년 동안 감기 한 번 안 걸렸다. 웬만해선 아픈 일이 잘 없어 독감 접종을 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예약 시스템 역시 접종 기피에 불을 지폈다. 기존 독감 접종의 경우 해마다 예약 없이 진행돼 왔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와 혼선을 피하기 위해 사전 예약제로 실시된다. 또 의료기관별로 접종 가능 인원(예진 의사 1명당 하루 100명)이 제한되면서 해당 의료기관에 접종가능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집에 자녀와 함께 거주하지 않는 어르신의 경우 예약시스템을 이용하기가 어렵거나 번거로워 아예 접종을 포기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독감 부작용에 대한 걱정도 크다. 특히 지난해 독감 주사를 맞고 사망한 사례가 여럿 발생하면서 올해는 기피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다. 또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기와도 겹치게 되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회사원 정모(38) 씨는 "해마다 아이와 함께 유료 독감 주사를 맞았는데 올해는 아직 코로나 접종을 완료하지 않아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겁이 나 건너뛰려고 한다. 코로나 백신만 해도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나는데 괜히 독감 접종을 같이 했다가 몸에 이상이 생길까 걱정이다"고 했다.

김신우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장(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독감 예방 접종은 오래전부터 안전성이 증명됐다. 또 겨울 독감 유행이 있을 때를 대비해 사전에 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며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2주 정도 간격을 두고 접종을 한다면 전혀 문제가 없고 만약 접종 시기가 겹쳐도 부작용 등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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