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대구 시민들과 시민단체들은 고인을 애도했다. 이들은 생전에 노 전 대통령의 업적과 과오를 동시에 기억하면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나이 등에 따라 평가가 다소 엇갈리는 분위기다.
시민 최모(62) 씨는 "역사적으로 봐도 노 전 대통령 집권 당시가 경제적 호황기여서 나와 비슷한 나이대 사람들에겐 좋은 기억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역사적 과오가 있을 수 있지만 그런 역사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부강한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모(55) 씨는 "범죄와의 전쟁과 북방외교 등 의미있는 일을 많이 했다"며 "공과는 역사가 판단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장모(55) 씨는 "5·18 민주화운동 등에 대해서도 아들을 통해 사과했다"며 "전두환 전 대통령보다는 나은 모습을 보인 건 사실"이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잘못을 먼저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모(48) 씨는 "공과 과를 확실히 구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군사정권을 어렴풋이 기억하는 과정에서 전두환과 함께하며 과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노 전 대통령을 애도하면서 평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12·12 사건과 5·18 민주화운동 탄압, 비자금 사건 등 법의 심판을 받은 노 전 대통령의 잘못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아들이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하는 모습이 겹쳐지면서 전두환 전 대통령과 비교된다는 평가는 일치했다.
김승무 인권실천시민행동 대표는 "12·12와 5·18 등 과(過)는 분명히 있으나 이를 아들을 통해 적어도 사과의 뜻을 전한 건 긍정적인 지점이라고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조광현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쿠데타와 부정부패의 당사자로서 각인돼 있고 그 이후 존재감을 보여준 적이 없다 보니 사람들이 노 전 대통령의 별세에 냉소적일 수도 있다"고 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노 전 대통령은 부정축재와 군사 쿠데타 등의 주역이었기 때문에 역사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인물"이라며 "공공기관이 나서서 추모사업이나 계승사업을 벌이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현국 대구경북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아들을 통해서 5·18 문제 등을 사과하려는 노력을 하긴 했지만 본인이 직접 사과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있다"며 "대통령 시절 때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군부독재의 탈을 완전히 벗진 못했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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