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깨지고, 갈라지고, 내려앉고’ 불안한 포항 양학동 득량지구 재건축

잇단 보강공사에도 30cm가량 침하 반복돼 인근 연립주택 주민들 불안감 호소
‘공사만 끝나면…’ 손 놓은 시공사·포항시

포항 득량지구 재건축 현장과 인근 연립주택이 맛닿은 골목길의 아스팔트가 크게 내려앉아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 곳은 올해 2차례에 걸쳐 보강공사가 벌어졌지만 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신동우 기자
포항 득량지구 재건축 현장과 인근 연립주택이 맛닿은 골목길의 아스팔트가 크게 내려앉아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 곳은 올해 2차례에 걸쳐 보강공사가 벌어졌지만 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신동우 기자

경북 포항 득량지구 '퀘렌시아 아파트' 재건축 일대 지반침하 문제(매일신문 지난 3일자 9면 등)와 관련해 보강공사 이후에도 계속 같은 현상이 반복되면서 인근 주민들이 극심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 공사를 맡은 시공사와 포항시는 조속한 공사 마무리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주민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4일 포항 북구 양학동 득량지구 재건축 공사 현장 옆 골목에는 눈으로 봐도 심각할 정도로 도로가 내려앉은 모습을 찾을 수 있다. 도로 중간에는 땜질식 처방을 해놓은 아스팔트가 떨어져나가 군데군데 구멍까지 생겼다. 이 도로는 고작 차 2대가 교차할 거리를 사이에 두고 연립주택이 마주한 곳이다.

해당 골목길은 지난 1월쯤 지반침하 현상이 발견돼 아스팔트를 채우는 등 보강공사가 진행된 바 있다. 이후 지난 6월쯤에도 같은 현상이 발생해 지층에 강화 콘크리트를 채우고 다시 도로 높이를 높였지만, 매번 침하가 반복되고 있다.

포항 득량지구 재건축 현장 인근 연립주택 주민이 공사가 진행되면서 벌어진 담장의 틈을 가리키고 있다. 신동우 기자
포항 득량지구 재건축 현장 인근 연립주택 주민이 공사가 진행되면서 벌어진 담장의 틈을 가리키고 있다. 신동우 기자

연이은 지반 침하 현상에 연립주택과 도로를 구분한 담장은 이미 기울어져 성인 남성의 발이 빠질 정도로 틈이 벌어졌다. 도로 맞은편의 연립주택 전용 주차장은 절반이 움푹 꺼져 층계가 이뤄졌다.

포항시에 따르면 이 연립주택에는 51가구·150여 명이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 중 만난 한 주민은 "지하수 등이 빠져나가니 지반이 자꾸 무너지는 것 아니냐. 그 위에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를 채워봤자 잠깐의 눈속임 밖에 안 된다"며 "주택 밑도 상당히 약해졌을 텐데 제대로 된 대책이 없으니 언제 무너질지 몰라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다"고 토로했다.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지자 시공사인 신원종합개발은 지난 4월쯤 해당 연립주택 등 주요 장소에 보강공사를 진행하고 지반침하 정도를 알아볼 수 있는 계측기를 설치했다.

그러나 관리 책임이 있는 포항시조차 해당 계측 결과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신원종합개발과 포항시 모두 기초공사가 마무리되면 더 이상의 지반침하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답변을 되풀이하면서 주민들의 불안을 더욱 키우는 모습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시공사 측이 위험도를 수시로 측정 중이다. 계측 정보를 포항시가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한 사항은 전달받고 있다"면서 "기초공사가 끝나고 지하 버팀막 설치가 완료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포항 득량지구 재건축 현장 인근 연립주택의 주차장이 크게 갈라지고 한 쪽이 내려앉는 등 위태로운 모습이다. 신동우 기자
포항 득량지구 재건축 현장 인근 연립주택의 주차장이 크게 갈라지고 한 쪽이 내려앉는 등 위태로운 모습이다. 신동우 기자

하지만, 주민들은 포항시의 무신경한 대처와 시공사 측의 안전진단에 강한 불신을 드러내며 납득할만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백인규 포항시의회 부의장은 "지반침하가 이만큼이나 반복됐다면 지하의 스트레스가 상당히 쌓였다고 예측할 수 있다. 공사 완료 후 걷잡을 수 없이 붕괴가 일어나면 누가 책임지겠는가"라며 "시공사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공정성과 주민 신뢰를 위해 포항시가 자체적으로 지질조사 및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득량지구 재건축은 기존 득량주공아파트(1978년 준공·570가구)를 허물고 지하 2층~지상 23층 6개 동 아파트단지(659가구)를 신축하는 사업이며 지난 2019년 5월 착공해 2023년 7월 입주 예정이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