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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두 인물의 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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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열 논설위원
정인열 논설위원

"내가 죽거들랑 슬퍼하지 마라. 울지 마라. 종교 의식을 조금도 가지지 마라. 그냥 갖다 내버려라." "나 죽으면 화장해서 그냥 뿌려라."

앞은 독립운동가이자 오늘날 대구대학교의 기반을 다지고 세운 주인공 고(故) 이영식 목사의 40주기를 맞아 지난달 29일 오전 대구대에서 열린 추모제 영상에서 방영된 생전 유언이다. 뒤는 지난달 23일 세상을 뜬 전두환 전 대통령이 평소에 남긴 말씀이라면서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이 언론에 전한 내용이다.

1894년 태어나 1981년 12월 8일 삶을 마쳤으니 고 이영식 목사는 87세로 영면했고, 1931년 출생해 별세한 전두환 전 대통령은 90세의 평생을 누린 셈이다. 서로 다른 시대에 빈손으로 태어나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의 아픈 역사를 지나 다른 삶을 살다 다시 빈손으로 돌아간 이들이 남긴 생전 유언은 닮았다.

경북 성주(이영식)와 경남 합천(전두환)이라는 경상도 울타리의 다른 터에서 몸을 받아 세상에 나온 두 사람은 각각 대구의 계성학교와 대구공고에서 배움의 기회를 가졌다. 졸업 이후 다른 궤적의 인생을 보낸 두 사람이 다시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기에 앞서 자신의 죽음 뒤 장례를 비슷하게 주문한 사실이 놀랍다.

올해 40주기를 맞아 찾은 대구대 본관 옆 야산의 고 이영식 목사의 무덤에는 그 흔한 비석조차 없었다. 다만 묘지 입구 안내판과 무덤 앞 작은 네모 석판에 새겨진 '애국지사 성산(惺山) 이영식 목사지묘'라는 한자 13글자와 '애(愛·사랑) 광(光·빛) 자유(自由)'라는 한자 4글자가 그가 묻힌 곳임을 알릴 뿐이다.

일제에 맞서 1919년 만세운동으로 서대문감옥(6개월)과 대구감옥(1년 6개월) 수감, 목사로서 가난한 이와 버림받은 한센인 보살핌, 이런 삶으로 6·25전쟁 때는 북한군의 총살 위기에서도 벗어났고, 뒷날 장애인학교 설립으로 삶을 보낸 그였다. 그래선지 그의 죽음은 남달랐고 뒷사람들이 40주년을 맞은 지금도 그를 추모하는 것을 보면 그의 생전 유언과 행적도 남다르게 와닿는다.

지난달 23일 별세 이후 화장 장례식(27일)에 이어 대구 동화사에서의 삼우제(29일)까지 마친 전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역사가 내리겠지만 대구와 남다른 인연을 가진 두 인물이 남긴 비슷한 생전 유언은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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