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삼성 백정현 "대기만성형 투수 선례 되고파"

올 시즌 커리어하이 찍고 FA시장 나와…올 시즌 14승, 평자책 토종 투수 1위
부상 재활기간 투구 자세 바꿔…FA 계약 잘돼 삼성에 남고싶다

삼성라이온즈 백정현이 비시즌 대구 수성구 TREX 트레이닝 센터에서 개인 마무리 훈련을 하고 있다. 김우정 기자
삼성라이온즈 백정현이 비시즌 대구 수성구 TREX 트레이닝 센터에서 개인 마무리 훈련을 하고 있다. 김우정 기자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했다. 자신이 할 일을 다 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뜻을 맡긴다는 뜻이다.

삼성라이온즈 투수 백정현은 자신의 올 한 해 눈부신 반등에 대해 "운이 좋아서"라고 스스로 낮췄다. 진인사대천명의 마음으로 임했다는 얘기다.

백정현은 올 시즌 데뷔 첫 두 자릿수 승리(14승), 토종 투수 중 평균자책점 1위(2.63)로 프로 데뷔 15년 만에 커리어 하이를 찍고 FA자격 획득에 일구회 '최고투수상' 수상까지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그의 말처럼 운이 따라줬을 수도 있지만 그 이전에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백정현은 지난해 7월 왼쪽 팔꿈치 부상을 당하면서 일찌감치 전력에서 이탈해 재활로 한 시즌을 보냈다. 원래라면 지난 시즌을 끝내고 FA 자격도 받을 수 있었지만 1군 엔트리 등록일수를 채우지 못해 자격을 취득을 미루게 됐다.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치료와 재활을 하며 보낸 기간은 자신의 야구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그는 "지난해 부상으로 일찍 시즌을 종료했지만 돌이켜보면 야구 인생의 전환점이 된 시기였다. STC에서 재활하면서 당장 FA 자격을 얻는 것보다 (FA 취득을) 1년 미루더라도 제대로 야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여러 가지 변화를 주면서 열심히 준비했다. 운도 맞아떨어지면서 결과가 좋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STC에서 배드민턴 선수 하영웅(삼성생명)과 대화를 나누면서 큰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배드민턴 칠 때와 투구할 때 팔 스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팔 스윙이 크면 상대에게 대처할 시간을 줘 공략당하기 쉽다'는 말을 듣고 투구 스윙 동작을 간결하게 하고 끝에서 힘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바꿨다"며 "팔 스윙이 간결해지니 기존보다 팔의 부담이 줄어들어 부상 위험도 떨어지고 디셉션(상대 타자가 타이밍을 잘 못 잡도록 투구하는 테크닉)이 더 좋아졌다"고 했다.

멘탈이 강해지는 계기가 있었다.

그는 "STC에서 '더 해빙'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 많은 걸 느꼈다. 마음을 다스리고 운의 작용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내 주변의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며 "좋은 책을 써주신 데 대한 감사함으로 홍주연, 이서윤 작가님께 이메일을 보냈는데 구단으로 친필 사인이 담긴 책과 편지를 보내주셨다. 올해 중에 가장 기쁜 순간이었다"고 미소 지었다.

올해 백정현은 FA 시장에서도 좌완 에이스 투수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커리어 하이 시즌을 완성한 백정현이기에 그를 원하는 구단들의 셈법이 복잡하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평가를 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 FA 계약도 에이전트에 모두 맡겨놨다. 연락도 잘하지 않는다. 결과만 담담히 기다릴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계약이 잘 돼 삼성에 남는 게 가장 좋다. 삼성에 남아 우승에 기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삼성라이온즈 백정현. 김우정 기자
삼성라이온즈 백정현. 김우정 기자

비시즌 백정현은 미국으로 건너가 야구 공부를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미국 드라이브 라인에서 어떻게 운동하는지 배우고 싶어 한 번 가볼 생각이다. 뷰캐넌과 몽고메리가 도와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백정현은 '대기만성형 투수'로서 선례가 되고 싶다고 했다.

"FA 계약 이후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앞으로 나이 많은 예비 FA 선수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기만성형 투수의 좋은 사례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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