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쭉쭉이 해줘."
이른 아침 잠에서 깬 예린(가명·13)이가 어리광을 부린다. 오랜만에 엄마와 함께하는 생활이 좋은지 이불에서 나오지 않고 대뜸 다리 마사지를 해달라고 한다. 엄마 한보영(가명·42) 씨는 '네가 아기야?'라며 괜스레 딸의 볼을 한 번 꼬집고는 다리를 정성껏 주물러 준다. 슬쩍 미소를 지어 보이는 딸의 모습에 한 씨는 마음이 아려온다. 딸을 제대로 돌봐주지 못해 아직 어리광을 부리는 것 같아 미안함이 크다.
한 씨는 알코올 중독자다.
◆남편 사업 실패 후 알코올 중독
결혼생활은 쉽지 않았다. 남편은 사업을 했고 종종 노름을 일삼았다. 그러던 중 부도를 맞으면서 집 안 곳곳엔 빨간 차압딱지가 붙었다. 그 후 남편은 타지로 떠났고 집엔 한 씨와 어린 예린이만 남게 됐다. 그즈음 한 씨의 동생도 이혼하면서 조카가 한 씨의 집에 들어오게 됐다. 타지에서 남편이 보내주는 생활비로 한 씨는 아등바등 예린이와 조카를 키웠다.
넉넉하지 않았던 건 생활비뿐만이 아니었다. 그동안 받은 스트레스와 함께 난생처음 본 빨간딱지에 대한 충격은 쉽게 가시질 않았다. 거기에 두 명의 아이까지 돌보면서 한 씨의 마음엔 점차 여유가 없어졌다. 친정엄마는 일찍 돌아가셨고 시댁 부모님도 한 씨를 도와주질 않았던 터라 한 씨가 기댈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게 술을 먹기 시작했다. 마음이 너무 힘들거나 우울할 때 술을 먹고 나면 잠시라도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되는 듯했다.
그렇게 먹었던 소주 한 잔의 술은 어느덧 네 병까지 늘어났다. 한 씨는 시도 때도 없이 술을 들이켰다. 양이 늘면서 아이들도 자연스레 방치됐다. 온종일 술을 먹고 잠을 자기를 반복했다. 머리론 안 되는 걸 알았지만 몸은 좀처럼 따라주지 않았다. 그렇게 중독 치료를 위해 한 씨는 스스로 정신과 병원으로 향했다.
◆딸과 잘살고 싶지만 다리 괴사
딸 예린이는 엄마를 묵묵히 기다려줬다. 아픈 엄마를 오래 봐온 탓인지 아이는 일찍 철이 들었다. 아이는 화 한 번 내지 않고 무너지는 엄마의 모습을 못 본 척했다. 엄마가 입원한 뒤 돌봐줄 이가 없어 들어간 삼촌 집에서도 투정 한 번 부리지 않았다. 유난히 말수가 적던 예린이는 표정마저 담담해 삼촌이 아이의 마음을 읽기도 어려웠다.
그런 예린이의 표정에 최근 변화가 생겼다. 지난달 엄마가 긴 치료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다. 아직 엄마는 위태롭지만 예린이는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 행복하다. 엄마와 장난을 치고 싶어 괜히 툭 때리고 도망을 치거나 일부러 방 안에 숨어 있다가 놀라게 하기도 한다. 예린이는 요즘 조잘조잘 떠들어대기 바쁘다.
한 씨도 한 달째 입에 술을 대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집으로 돌아온 뒤 밝아진 딸의 모습에 술을 끊겠다는 마음은 더 강해졌다. 2차 성징을 맞았지만 이 시기에 필요한 것을 제대로 알지 못해 엉망이었던 딸의 상태를 보면서 한 씨는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앞으로 엄마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 한 씨는 마음을 더 굳게 먹는다.
하지만 몸은 좀처럼 따라주지 않는다. 간경화가 심해졌고 오래 먹은 정신 치료제의 부작용으로 관절 괴사가 진행돼 양쪽 다리 수술이 필요한 상태다. 성치 못한 다리로 한 씨는 집 밖에서 걸어 다닐 수조차 없다. 수술이 시급해 얼마 전 대출을 받아 왼쪽 다리 수술을 마쳤지만 앞으로의 치료비가 더 걱정이다. 생활비는 아주 가끔 남편이 타지에서 몇십만원씩 보내주는 게 전부다. 오래전부터 갈등이 컸던 탓인지 남편은 도통 집에 오지 않는다. 한 씨는 몇 푼 안 되는 생활비를 아끼고 아껴가며 예린이와 겨울을 지내고 있다.
한 씨는 몸이 건강해져 아이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는 "꼭 해외여행을 가서 멋지게 외국어로 대화하는 모습을 예린이에게 보여주겠다"며 하염없이 쏟아 내리는 눈물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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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 내역]
◆뇌경색에 아픈 남편과 염색체 이상 아들, 우울증 걸린 딸 돌보는 엄마 최란 씨에게 2,660만원 전달
매일신문 이웃사랑 제작팀은 열여섯에 엄마가 돼 열심히 살아왔지만 남편은 뇌경색으로 아프고 아들과 딸은 각각 염색체 이상과 우울증으로 힘겨운 최란(매일신문 11월 30일 자 9면) 씨 가족에게 2천660만936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삼이시스템 10만원 ▷고쿠텐 인계점 5만원 ▷라선희 3만3천원 ▷이동욱 3만원 ▷신일성 2만원 ▷이영철 2만원 ▷이재숙 2만원 ▷홍준표 2만원 ▷이운대 1만원 ▷이진기 5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평생 일만하다 간경화와 뇌종양 걸린 이혜찬 씨에게 2,143만원 성금
가족을 돌보기 위해 평생 일만 했지만 간경화와 뇌종양에 걸리면서 생활이 힘든 이혜찬(매일신문 12월 7일 자 10면) 씨에게 49개 단체 136명의 독자가 2천143만7천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200만원 ▷DGB대구은행 100만원 ▷상서고(거점 비즈쿨 학교) 교직원 및 학생일동 100만원 ▷제일안과병원(이규원) 1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뉴프라임(성점화)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서사랑회(최대규) 47만원 ▷㈜태린(박기태)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라하우젠트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재)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매일신문 사회부 일동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태광아이엔씨(박태진) 10만원 ▷김영준치과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이보영)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원일산업 10만원 ▷제일키네마섬유(이필남) 10만원 ▷한성대세무회계사무소(한성대)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더좋은이름연구소(성병찬)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신도림 서울안과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제이에스테크(김혜숙) 5만원 ▷중앙안과의원(김일경)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국선도평리수련원 3만원 ▷두산중공업(한창우)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대원전설(전홍영) 2만원 ▷모두케어(김태휘) 2만원 ▷하나회 1만원
▷김상태 문석 각 100만원 ▷이정추 60만원 ▷김진숙 50만원 ▷이신덕 30만원 ▷박철기 20만원 ▷곽용 김주영 김지태 배광석 이재일 전시형 오정환 조득환 최영조 최창규 허창옥 홍윤자 각 10만원 ▷김재용 7만원 ▷김원영 박종천 박진희 손윤옥 송재일 안대용 안현숙 유윤옥 윤순영 이서연 이석우 임채숙 전우식 전준석 정원수 최상수 최영익 최종호 최헌수 각 5만원 ▷김강현 3만3천원 ▷강동성 궁종옥 권규돈 김동진 김병삼 김성원 김정수 김태화 김혜영 박임상 박종문 배상영 변현택 신광련 신정숙 윤선희 이상노 이윤정 이종완 최춘희 하경석 각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강두석 강혜진 김성옥 김태욱 김태천 김홍일 류휘열 문현이 박기영 박정희 석보리 손진호 신종욱 유귀녀 이서현 이운호 이해수 한정화 허종건 각 2만원 ▷국민정 손영신 각 1만5천원 ▷강명은 강진희 권보형 권오영 권오현 권재현 김균섭 김삼수 김상근 김상일 김수호 김효성 박건우 박애선 박홍선 백진규 손태경 우순화 우철규 이병순 이승용 이원형 이재민 장문희 전지원 조경희 조영식 지호열 최경철 한상용 각 1만원 ▷김진혹 서제원 5천원 ▷김건율 이장윤 2천원
▷'보현회' 100만원 ▷'린덴바움(김경태)' '성암' 각 20만원 ▷'호암초이서은' 10만원 ▷'매주5만원' '예수님사랑' '이혜찬씨기부' '최한태최수진' 각 5만원 ▷'동차미' 3만4천원 ▷'지원정원' 3만원 ▷'강해만이진주' '석희석주' 각 2만원 ▷'권증남혜솜' '와이인터내셔*' '조희수건강회복' '지현이동환이' 각 1만원 ▷'애독자' 5천원 ▷'지성이' '채영이' 각 2천원 ▷'돼지' '평화' 각 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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