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다리 괴사·간경화 앓는 엄마 "건강 되찾아 딸과 함께 잘 살고 싶어요"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남편 사업 실패 후 스트레스 커지면서 알코올 중독 빠져…온종일 술 먹고 잠자기만
방치된 딸 제대로 돌봐주지 못해 죄책감 시달려…"멋진 모습 보여주겠다"

한보영(가명·42) 씨는 알코올 중독치료를 받고 있다. 얼마 전 다리 괴사까지 진행돼 외출을 전혀 하지 못하고 집에서 멍하니 시간을 보낸다. 배주현 기자
한보영(가명·42) 씨는 알코올 중독치료를 받고 있다. 얼마 전 다리 괴사까지 진행돼 외출을 전혀 하지 못하고 집에서 멍하니 시간을 보낸다. 배주현 기자

"엄마 나 쭉쭉이 해줘."

이른 아침 잠에서 깬 예린(가명·13)이가 어리광을 부린다. 오랜만에 엄마와 함께하는 생활이 좋은지 이불에서 나오지 않고 대뜸 다리 마사지를 해달라고 한다. 엄마 한보영(가명·42) 씨는 '네가 아기야?'라며 괜스레 딸의 볼을 한 번 꼬집고는 다리를 정성껏 주물러 준다. 슬쩍 미소를 지어 보이는 딸의 모습에 한 씨는 마음이 아려온다. 딸을 제대로 돌봐주지 못해 아직 어리광을 부리는 것 같아 미안함이 크다.

한 씨는 알코올 중독자다.

◆남편 사업 실패 후 알코올 중독

결혼생활은 쉽지 않았다. 남편은 사업을 했고 종종 노름을 일삼았다. 그러던 중 부도를 맞으면서 집 안 곳곳엔 빨간 차압딱지가 붙었다. 그 후 남편은 타지로 떠났고 집엔 한 씨와 어린 예린이만 남게 됐다. 그즈음 한 씨의 동생도 이혼하면서 조카가 한 씨의 집에 들어오게 됐다. 타지에서 남편이 보내주는 생활비로 한 씨는 아등바등 예린이와 조카를 키웠다.

넉넉하지 않았던 건 생활비뿐만이 아니었다. 그동안 받은 스트레스와 함께 난생처음 본 빨간딱지에 대한 충격은 쉽게 가시질 않았다. 거기에 두 명의 아이까지 돌보면서 한 씨의 마음엔 점차 여유가 없어졌다. 친정엄마는 일찍 돌아가셨고 시댁 부모님도 한 씨를 도와주질 않았던 터라 한 씨가 기댈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게 술을 먹기 시작했다. 마음이 너무 힘들거나 우울할 때 술을 먹고 나면 잠시라도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되는 듯했다.

그렇게 먹었던 소주 한 잔의 술은 어느덧 네 병까지 늘어났다. 한 씨는 시도 때도 없이 술을 들이켰다. 양이 늘면서 아이들도 자연스레 방치됐다. 온종일 술을 먹고 잠을 자기를 반복했다. 머리론 안 되는 걸 알았지만 몸은 좀처럼 따라주지 않았다. 그렇게 중독 치료를 위해 한 씨는 스스로 정신과 병원으로 향했다.

◆딸과 잘살고 싶지만 다리 괴사

딸 예린이는 엄마를 묵묵히 기다려줬다. 아픈 엄마를 오래 봐온 탓인지 아이는 일찍 철이 들었다. 아이는 화 한 번 내지 않고 무너지는 엄마의 모습을 못 본 척했다. 엄마가 입원한 뒤 돌봐줄 이가 없어 들어간 삼촌 집에서도 투정 한 번 부리지 않았다. 유난히 말수가 적던 예린이는 표정마저 담담해 삼촌이 아이의 마음을 읽기도 어려웠다.

그런 예린이의 표정에 최근 변화가 생겼다. 지난달 엄마가 긴 치료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다. 아직 엄마는 위태롭지만 예린이는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 행복하다. 엄마와 장난을 치고 싶어 괜히 툭 때리고 도망을 치거나 일부러 방 안에 숨어 있다가 놀라게 하기도 한다. 예린이는 요즘 조잘조잘 떠들어대기 바쁘다.

한 씨도 한 달째 입에 술을 대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집으로 돌아온 뒤 밝아진 딸의 모습에 술을 끊겠다는 마음은 더 강해졌다. 2차 성징을 맞았지만 이 시기에 필요한 것을 제대로 알지 못해 엉망이었던 딸의 상태를 보면서 한 씨는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앞으로 엄마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 한 씨는 마음을 더 굳게 먹는다.

하지만 몸은 좀처럼 따라주지 않는다. 간경화가 심해졌고 오래 먹은 정신 치료제의 부작용으로 관절 괴사가 진행돼 양쪽 다리 수술이 필요한 상태다. 성치 못한 다리로 한 씨는 집 밖에서 걸어 다닐 수조차 없다. 수술이 시급해 얼마 전 대출을 받아 왼쪽 다리 수술을 마쳤지만 앞으로의 치료비가 더 걱정이다. 생활비는 아주 가끔 남편이 타지에서 몇십만원씩 보내주는 게 전부다. 오래전부터 갈등이 컸던 탓인지 남편은 도통 집에 오지 않는다. 한 씨는 몇 푼 안 되는 생활비를 아끼고 아껴가며 예린이와 겨울을 지내고 있다.

한 씨는 몸이 건강해져 아이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는 "꼭 해외여행을 가서 멋지게 외국어로 대화하는 모습을 예린이에게 보여주겠다"며 하염없이 쏟아 내리는 눈물을 닦았다.

*매일신문 이웃사랑은 매주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을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액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성금을 전달하고 싶은 분은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기부금 영수증 처리는 가정복지회(053-287-0071)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 이웃사랑 성금 보내실 곳

대구은행 069-05-024143-008 / 우체국 700039-02-532604

예금주 : (주)매일신문사(이웃사랑)

▶DGB대구은행 IM샵 바로가기

(https://www.dgb.co.kr/cms/app/imshop_guide.html)

[지난주 성금 내역]

◆뇌경색에 아픈 남편과 염색체 이상 아들, 우울증 걸린 딸 돌보는 엄마 최란 씨에게 2,660만원 전달

매일신문 이웃사랑 제작팀은 열여섯에 엄마가 돼 열심히 살아왔지만 남편은 뇌경색으로 아프고 아들과 딸은 각각 염색체 이상과 우울증으로 힘겨운 최란(매일신문 11월 30일 자 9면) 씨 가족에게 2천660만936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삼이시스템 10만원 ▷고쿠텐 인계점 5만원 ▷라선희 3만3천원 ▷이동욱 3만원 ▷신일성 2만원 ▷이영철 2만원 ▷이재숙 2만원 ▷홍준표 2만원 ▷이운대 1만원 ▷이진기 5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평생 일만하다 간경화와 뇌종양 걸린 이혜찬 씨에게 2,143만원 성금

가족을 돌보기 위해 평생 일만 했지만 간경화와 뇌종양에 걸리면서 생활이 힘든 이혜찬(매일신문 12월 7일 자 10면) 씨에게 49개 단체 136명의 독자가 2천143만7천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200만원 ▷DGB대구은행 100만원 ▷상서고(거점 비즈쿨 학교) 교직원 및 학생일동 100만원 ▷제일안과병원(이규원) 1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뉴프라임(성점화)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서사랑회(최대규) 47만원 ▷㈜태린(박기태)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라하우젠트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재)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매일신문 사회부 일동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태광아이엔씨(박태진) 10만원 ▷김영준치과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이보영)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원일산업 10만원 ▷제일키네마섬유(이필남) 10만원 ▷한성대세무회계사무소(한성대)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더좋은이름연구소(성병찬)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신도림 서울안과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제이에스테크(김혜숙) 5만원 ▷중앙안과의원(김일경)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국선도평리수련원 3만원 ▷두산중공업(한창우)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대원전설(전홍영) 2만원 ▷모두케어(김태휘) 2만원 ▷하나회 1만원

▷김상태 문석 각 100만원 ▷이정추 60만원 ▷김진숙 50만원 ▷이신덕 30만원 ▷박철기 20만원 ▷곽용 김주영 김지태 배광석 이재일 전시형 오정환 조득환 최영조 최창규 허창옥 홍윤자 각 10만원 ▷김재용 7만원 ▷김원영 박종천 박진희 손윤옥 송재일 안대용 안현숙 유윤옥 윤순영 이서연 이석우 임채숙 전우식 전준석 정원수 최상수 최영익 최종호 최헌수 각 5만원 ▷김강현 3만3천원 ▷강동성 궁종옥 권규돈 김동진 김병삼 김성원 김정수 김태화 김혜영 박임상 박종문 배상영 변현택 신광련 신정숙 윤선희 이상노 이윤정 이종완 최춘희 하경석 각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강두석 강혜진 김성옥 김태욱 김태천 김홍일 류휘열 문현이 박기영 박정희 석보리 손진호 신종욱 유귀녀 이서현 이운호 이해수 한정화 허종건 각 2만원 ▷국민정 손영신 각 1만5천원 ▷강명은 강진희 권보형 권오영 권오현 권재현 김균섭 김삼수 김상근 김상일 김수호 김효성 박건우 박애선 박홍선 백진규 손태경 우순화 우철규 이병순 이승용 이원형 이재민 장문희 전지원 조경희 조영식 지호열 최경철 한상용 각 1만원 ▷김진혹 서제원 5천원 ▷김건율 이장윤 2천원

▷'보현회' 100만원 ▷'린덴바움(김경태)' '성암' 각 20만원 ▷'호암초이서은' 10만원 ▷'매주5만원' '예수님사랑' '이혜찬씨기부' '최한태최수진' 각 5만원 ▷'동차미' 3만4천원 ▷'지원정원' 3만원 ▷'강해만이진주' '석희석주' 각 2만원 ▷'권증남혜솜' '와이인터내셔*' '조희수건강회복' '지현이동환이' 각 1만원 ▷'애독자' 5천원 ▷'지성이' '채영이' 각 2천원 ▷'돼지' '평화' 각 1천원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민의힘 내부에서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은 장 대표를 중심으로 결속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신세계, 현대, 롯데 등 유통 3사가 대구경북 지역에 대형 아울렛 매장을 잇따라 개장할 예정으로, 롯데쇼핑의 '타임빌라스 수성점'이 2027년,...
대구 지역 대학들이 정부의 국가장학금 Ⅱ유형 폐지에 따라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으며, 장기간 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 부담이 심각한 상황이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