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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올랐으니 집세 더 내야…" 집주인들 임대료 인상 분위기 '솔솔'

집주인 '稅부담 전가' 점점 현실로…"돈 없는 서민 결국 피해" 분통
전문가 "정부 개입의 부작용"

대구 수성구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공인중개사가 출근하고 있다. 매일신문DB
대구 수성구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공인중개사가 출근하고 있다. 매일신문DB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한 원룸에서 전세로 사는 A(82) 씨는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3천500만원인 보증금을 4천만원으로 올리고 관리비도 월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더 올려야겠다"는 말을 듣고 걱정에 빠졌다. 노령연금과 공공근로 등으로 한 달 수입이 100만원 안팎인 A씨에게 보증금 인상은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A씨는 집주인에게 인상의 이유를 물어보니 "최근 부동산에 부과된 세금 때문에 지금의 보증금과 월세로는 감당이 안 된다"는 대답을 들었다. A씨는 "세금이 결국 세입자의 부담으로 옮겨간 것"이라며 "부동산 정책으로 결국 피해보는 건 나같이 돈 없는 서민"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부동산 관련 세금이 세입자에게 전가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아직 가시적으로 임대료 관련 분쟁이 늘어난 건 아니지만 물밑으로 임대료를 인상하려는 집주인들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13일 대구 수성구의 부동산중개업소들에 확인한 결과, 공인중개사들은 "집주인들 사이에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이나 월세를 올리려 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이 최근 몇 년 사이에 급등하고 세금이 많아지면서 보증금이나 월세 인상 폭에 대한 고민을 공인중개사와 상담하는 경우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 수성구 황금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보증금이나 월세를 50%가량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집주인들이 하루에 1, 2명씩 찾아온다"며 "종합부동산세나 보유세 등으로 인해 부동산 투자 수익률이 낮다고 판단해 임대료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집주인들이 세입자들에게 '다음 계약 때는 얼마 정도를 올릴 건데, 계약을 하겠느냐'고 슬쩍 떠보는 경우가 많다"며 "세금 부담이 너무 크니 안 올릴 수는 없을 것이다. 대략 5~10% 정도라도 인상하려는 의사가 있는 듯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시장 개입으로 인해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세금 부담을 떠넘기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분석한다.

서경규 대구가톨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징벌적인 부동산 세금 제도와 급하게 부동산 세금 제도를 시행할 게 아니라 시장이 따라올 수 있는 합리적인 방식의 과세를 정부가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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