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첨단의료 CEO] <3>전성우 파인메딕스 대표

현직 소화기내과 의사가 창업한 프로슈머 기업
소화기내시경 시술기구 국산화 성공, 내년 코스닥 상장 도전
“대한민국 소화기내시경 시술기구 1호 기업 가치 공고히 할 것”

전성우 파인메딕스 대표. 채원영 기자
전성우 파인메딕스 대표. 채원영 기자

내시경용 시술기구를 만드는 파인메딕스는 지난 6일 '제58회 무역의 날'에서 100만불 수출탑을 받았다.

파인메딕스는 칠곡경북대병원 소화기내과 의사인 전성우 대표가 진료를 하며 얻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직접 설립한 '프로슈머'(Product+Consumer)형 회사다.

지난 2009년 출발해 올해로 설립 12년을 맞은 파인메딕스는 지난해 기준 매출 79억원을 기록하며 꾸준히 성장 중이다.

대구 동구 파인메딕스 본사에서 전성우 대표를 만났다.

-현직 의사이자 기업 대표다. 어떻게 창업하게 됐나?

▶한국의 의료기술은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왔지만, 의료산업을 이를 따라가지 못했던 것이 창업 당시의 현실이었다. 의사로서 직접 시술을 하면서 기구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 개선을 요구했으나, 이를 반영하는 기업은 없었다. 모든 시술 기구가 외국산인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현실이 안타까워 직접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했고 그것이 창업으로 이어졌다.

-진료와 기업 운영을 병행하는데 어려움은 없나? 일과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월화수목금금금으로 보낸다. 월화목금은 병원에서 진료업무를 주로 한다. 수요일은 회사업무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두 가지 일을 잘 하려고 하니 둘 다 잘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래도 현장에 계속 있는 것이 제품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이나 시장 흐름을 읽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미국과 일본 위주의 내시경 시술기구를 국산화했다는 점이 인상 깊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수출을 하고 있지만 걸음마 단계다. 국내 점유율은 제품마다 다르지만 약 20% 내외를 유지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제품에 따라서는 30%가 넘는 것도 있다. 의료기기는 일반 공산품과 달라서 시장을 잠식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초기에는 한 두 가지 제품 성능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지금은 여러 제품으로 개발 영역을 넓혔다.

-내시경용 시술기구란 무엇이고 왜 중요한 것인가?

▶내시경용 시술기구는 일반적으로는 내시경을 사용하는 모든 시술이나 수술에 사용되는 액세서리 개념이다. 파인메딕스는 여러 내시경 중 소화기내시경, 즉 위장이나 대장을 관찰하는 내시경 시술기구를 개발하고 있다. 칼 같은 용도로 사용하는 절개도, 용종을 잡는 올가미, 약물을 주입하는 바늘 등 여러 제품이 있다. 인체에 삽입하기 때문에 성능은 물론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품질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하는 이유다.

-외국산 제품과 비교해 파인메딕스 제품의 특징은 무엇인가?

▶우리 기술로 직접 개발해서 만들었다는 자부심과 자신감이 있다. 우리 기술로 든든한 기반 위에서 기술을 축적해나가면서 만든 제품이기 때문에, OEM이나 위탁 생산한 제품에 비해 고민의 흔적이 들어가 있다. 특히 프로슈머 정신으로 창업했기 때문에, 시장의 피드백을 온전히 담을 수 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전성우 파인메딕스 대표. 채원영 기자
전성우 파인메딕스 대표. 채원영 기자

-내년 목표로 코스닥 상장에 도전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이고 현재 진행 상황은?

▶상장을 통해 파인메딕스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싶었다. 또 기업을 공개해 '대한민국 소화기내시경 시술기구 1호 기업'이라는 가치를 공고히 하고 싶었다. 지난 9월 상장 기술평가심사를 통과했고, 현재 상장실질심사 진행 중이다. 아마 내년 2~3월에는 거래가 이루어질 것 같다.

-신규 프로젝트나 신제품 개발계획이 있는가?

▶세계 최초의 제품을 만들기 위한 개발을 진행했고 조만간 완성된다. '마킹 시스템'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내시경으로 절제 불가능한 병변을 기구를 이용해 표시해 두고 추후 수술할 때 그 표시 부위를 찾아서 정확하게 절제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그간 우여곡절이나 위기가 있었는가? 또 현재의 어려움은 어떤 것인지.

▶기업은 매순간 위기라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인 것 같다. 아무래도 창업초기가 제일 힘든 시기였다. 출발한다는 설렘과 재미도 컸지만, 너무 많은 시행착오와 도움을 빙자한 사기 같은 것도 많았다. 현재는 성장에 대한 목마름으로 나름대로 다양한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데 이것 또한 만만치 않다.

-대구지역 의료산업을 전망한다면?

▶선언적인 의미의 메디시티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기업에 도움이 되는 인프라를 구축하려고 대구시가 많은 노력을 하는 것 같다. 최근 파인메딕스가 100만불 수출탑을 받았다. 의료기업으로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지역에서 더 많은 수출 의료기업이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파인메딕스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다소 추상적이긴 하지만 '되도록 많은 사람이 우리가 만든 시술과 제품으로 치료받는 미래를 만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혁신의 정신이 들어있고, 기술 융복합을 통한 새로운 시장을 연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마지막으로 자유로운 한 마디.

▶큰 꿈을 가지고 시작한 일은 아니지만 작은 소망이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점은 큰 의미라고 생각한다. 느리지만 조금씩 성장하는 회사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지역과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에 이름을 떨치는 의료기업을 만들어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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