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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북핵 총괄' 이도훈 "비핵화 논의 없이 종전선언만 뗀 정치 선언? 동상이몽"

이도훈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연합뉴스
이도훈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연합뉴스

지난해까지 문재인 정부에서 북핵문제를 총괄했던 이도훈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종전선언을 해서 평화가 온다면 매일 선언을 하겠다"며 정부의 종전선언 추진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에 몸담고 있는 이 전 본부장은 15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외신기자클럽 초청 행사에 참석해 "종전선언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비핵화가 이뤄지고 그 맥락 속에서 '지금쯤 종전선언을 할 때가 됐구나'라고 많은 국민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종전선언의 적기에 대한 질문에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종전선언은 원래 평화협정의 첫 번째 항목으로 들어간다"면서 "저로서는 이게 제일 좋은 것 같지만 만일 종전선언을 따로 떼어 정치적 선언을 하게 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비핵화 조치도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종전선언을 '입구' 삼아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정부의 구상에 반대함을 드러낸 셈이다.

그는 공직에서 떠난 만큼 현 상황을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종전선언을 둘러싸고 한국과 미국, 북한의 인식 차이가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비핵화 프로세스에서 종전선언이 되면 비핵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 반면, 미국은 종전선언이 비핵화 협상의 맨 마지막 결과로 나와야 한다고 본다는 것이다.

또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에서 언급됐듯 종전선언을 불안정한 정전상태를 물리적으로 끝장내는 것으로 규정한다며 "북한과 우리가 과연 종전선언에 대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진행했다. 사진은 협의 직후 열린 도어스테핑에서 발언하는 성 김 대표(오른쪽). 연합뉴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진행했다. 사진은 협의 직후 열린 도어스테핑에서 발언하는 성 김 대표(오른쪽). 연합뉴스

'북한의 선의'에 의존하는 협상 방식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전 본부장은 이날 행사용 배포 자료에서 "북한은 대화를 재개하는 것에 대해서도 조건을 걸어두고 있고,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협력해야 할 미국과 중국은 전략적 경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협상 여건이 매우 악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어려운 내부 경제 사정과 체제 안정성 등을 감안해 결국은 협상장으로 나오겠지만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부분적 비핵화 조치와 제재 완화 같은 경제적 숨통을 틔는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 핵 군축 협상으로 변질시키려고 시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북한의 부분적 비핵화 시도를 미국이 주장하는 것 처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로 이끌어가는 것이 한국 정부의 역할이라면서 "핵 보유가 자신들의 안보와 경제에 오히려 해가 된다고 느껴 스스로 비핵화의 길로 들어서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렇게 하기 위해선 일방적으로 제재를 풀어주는 등 우리의 지렛대를 포기하고 북한의 선의를 기대하는 식의 협상은 안 된다"고 못 박았다.

한편, 이 전 본부장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과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등이 열릴 당시 정부의 북핵 수석대표였다. 작년 12월 교체된 뒤 주요국 대사로 발탁되리란 관측과 달리 퇴임했고 지난 8월 윤석열 캠프에 깜짝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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